
삼성전자가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 방향을 정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 착수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전환과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 이번 회의의 핵심 축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최고위급 전략 회의로 국내외 임원과 해외 법인장이 참석해 사업별 현안과 다음 해 목표, 투자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다.
회의는 사업 부문별로 나뉜다. 이날부터 이틀간은 스마트폰·가전·TV를 담당하는 DX부문이 전략을 논의하고, 18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 회의가 이어진다.
전날 밤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출장 기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잇달아 만나 AI 반도체 협력과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략회의의 중심 화두는 단연 'AI'다. 삼성전자는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AI·로봇·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며 'AI 드리븐 컴퍼니'로의 전환을 분명히 했다. 제품 기능 고도화를 넘어 업무 방식과 사업 구조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환율,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서 AI를 통한 생산성 개선과 수익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DS부문에서는 AI 메모리와 파운드리 전략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메모리 사업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중심으로 상용화 전략을 점검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대응과 함께 빅테크 고객의 주문형 반도체에 맞춘 커스텀 HBM 전략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HBM 수요 집중으로 공급이 줄었던 범용 D램 역시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산 흐름을 기회로 삼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2나노 공정 양산 안정화와 고객 저변 확대가 관건이다. 내년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전제로 테슬라·애플에 이어 북미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 전략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 이후를 잇는 차세대 모바일 AP 개발과 함께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차량용 프로세서 등 비모바일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DX부문에서는 전 제품군에 걸친 AI 고도화 전략이 논의된다. 모바일경험 MX사업부는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 전략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의 갤럭시 AI 차별화 방안을 점검한다. 가전·TV 사업부는 내년 1월 CES 2026을 앞두고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신제품 전략을 가다듬는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소비 둔화 속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제품 차별화와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창립 56주년 기념사를 통해 "AI는 이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며 "삼성전자 고유의 기술력과 AI 역량을 본격적으로 융합해 고객과 생태계를 혁신하는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전략회의는 이러한 메시지를 구체적인 사업 실행 계획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초까지 전략 수립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회장은 내년 초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신년 만찬을 열고 새해 사업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반도체 실적 회복으로 한때 제기됐던 '삼성 위기론'이 다소 잦아든 만큼 기술 경쟁력 강화와 긴장 유지에 방점을 둔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뿐 아니라 SK와 LG도 연말을 앞두고 AI 전략 점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AI를 성장 축으로 삼아 사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흐름이 주요 그룹의 공통된 경영 기조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오는 19일 류재철 LG전자 사장 CEO 주관으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한다. 본사와 사업본부 경영진, 해외 지역대표와 법인장 등 300여명이 참석해 사업별 실적 흐름과 전략 방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사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인 만큼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 재편과 수익성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회의 전반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