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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퇴진, '사업지원실' 출범…'이재용 체제' 전면화 선언

  • 2025.11.07(금) 16:33

미전실 해체 8년 만, 경영조정 기능 공식 복원
임시 TF에서 상설 조직으로…의사결정 구조 재정렬
사법 리스크 털고 첫 조직개편…'뉴삼성' 행보 본격화

삼성이 8년 만에 그룹 경영조정 조직을 공식화하며 '이재용 체제' 새 전환점을 맞았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의 조율자 역할을 맡아온 정현호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가 이끌던 사업지원TF가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됐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경영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가 삼성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단행된 인사에서 회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2선 후퇴다. 삼성전자는 "정 부회장이 회사가 안정화되고 후배들이 성장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퇴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10년 만 사법 리스크를 해소함에 따라 정 부회장이 직접 후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 출범한 사업지원실은 박학규 사장이 실장을 맡았다. 박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KAIST 석사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친 재무·경영 전문가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했던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문과생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S/W 관련 학과였던 KAIST 경영과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이후 현업에서도 기술과 재무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삼성전자 소속으로 이동해 전략팀장을 맡았고, 주창훈 부사장은 경영진단팀장, 문희동 부사장은 피플(인사)팀장으로 각각 보직이 변경됐다.

정현호 부회장이 지난 5월 30일 호암상 시상직 직후 급히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흩어진 퍼즐 맞춘다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직후 만들어진 임시 조직으로 인사·조직·전략 등 그룹 주요 현안을 조율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이 조직이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되면서 삼성은 8년 만 그룹 경영조정 기능을 제도권 조직으로 공식화했다. 

그룹 전체 이슈를 모아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컨트롤타워 체계를 일부 복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는 "과거 컨트롤타워의 부활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조직 변화의 상징성만큼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경영 조정 조직은 사실상 '역사적 계보'를 가진다.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전실로 이어졌던 총수 직속 기구는 그룹 내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은 조직의 조율 기능을 TF 중심으로 분산시켰다.

이후 삼성은 △전자계열의 사업지원TF △건설계열의 EPC경쟁력강화TF △금융계열의 금융경쟁력TF 등 3개 TF를 중심으로 경영 조율 기능을 분산 운영해왔다. 과거 미전실만큼의 통제력은 아니지만 핵심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전실 해체 이후 느슨하게 유지돼 온 그룹 내 협의 구조가 다시 삼성전자 중심으로 재정렬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에선 "비공식 참모 체제에서 벗어나 제도권 조직으로 복귀한 것"이라며 "이 회장이 '조직 중심 경영'으로 본격 전환하는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신설된 '경영진단실'은 앞서 지난달 삼성그룹 소속에서 삼성전자로 소속이 변경된 바 있다. 이 역시 이번 조직개편과 맞닿은 흐름으로, 그룹 차원 진단·컨설팅 기능이 이 회장이 직접 경영을 챙기는 삼성전자 체계 안으로 흡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재계는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 회장이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직후 단행된 첫 조직개편이자 경영 정상화의 첫 단추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는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반도체와 AI, 글로벌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며 '뉴삼성'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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