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과 만나 반도체·통신·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사업 전반에서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아시아 최고 부호' 암바니 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공식적으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G·6G 장비 공급부터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협력까지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도 '초대형 AI 파트너' 사로잡다
삼성은 AI·XR·파운드리·AI 데이터센터·6G 등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미래 디스플레이·클라우드·배터리·ESS·EPC 등 계열사 역량도 함께 제시했으며 갤럭시 XR과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는 암바니 회장이 직접 체험했다.
삼성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자 양사 협력 논의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그간 4G·5G 네트워크 장비 중심이었던 협력은 AI·배터리·반도체·스마트팩토리·클라우드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흐름이다. 특히 릴라이언스가 추진하는 인도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 삼성의 AI 반도체와 6G 통신 인프라, ESS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암바니 회장은 인도 구자라트에서 3GW 규모의 세계 최대급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남동부 지역에도 추가 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어서 단일 기업 기준 최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초대형 AI 모델을 운영하려면 6G급 초고속 통신과 안정적인 ESS가 필수"라며 "삼성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도는 일찍이 중국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고 릴라이언스의 통신 계열사 지오는 가입자 5억명을 보유한 초대형 사업자다. 삼성은 지오의 5G 전국망을 구축한 경험과 6G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어 향후 협력 확대에서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꼽힌다.
아울러 릴라이언스는 최근 AI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딥테크 기업' 전환을 공식화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팩토리, 청정에너지 기반 제조라인이 핵심축이며 해당 분야는 모두 삼성과의 협력이 가장 빠르게 실체화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만찬까지 이어진 논의…삼성 전 계열사 '원팀 전략'
양측은 저녁 만찬에서 협력 모델을 더욱 구체화했다. 여기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자리에 함께했다. 반도체·네트워크·배터리·EPC를 하나로 묶은 '삼성식 종합 솔루션'이 핵심 의제로 오르면서 논의의 폭과 깊이가 확대됐다.
삼성과 릴라이언스의 인연은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2012년 릴라이언스 지오의 4G 전국망 구축을 계기로 본격 협업을 시작, 2022년에는 5G 장비 공급으로 관계를 확장했다. 이번 회동을 통해 협력 축은 6G와 AI 데이터센터, ESS까지 한층 넓어졌다.
삼성은 1995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현지 최대 전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인도 임직원 간담회에서 "절박함과 승부근성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강조하며 인도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바 있다.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의 재회는 지난해 뭄바이에서 열린 암바니 가(家) 막내아들 결혼식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암바니 회장 자녀 3명의 결혼식에 모두 초청된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두 사람의 오랜 신뢰 관계가 이번 방문에서도 자연스럽게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올해 들어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나 AI 팩토리와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했고, 11월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승지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협의했다. 앞서 테슬라 AI 칩 수주 확대 역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