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둘러싼 막판 담판에 들어갔다. 정부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를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 가능성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노사 모두 협상 자체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가며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날 열린 1차 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11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도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 폐지의 명문화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 현재 연봉의 50% 수준인 상한선을 폐지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국내 업계 최고 수준 실적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 보상안을 제시하면서도 성과급 체계를 단체협약 형태로 고정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합의든 결렬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회사가 제도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조정이 어렵다"고 압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발언은 다소 신중해진 톤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양측 입장을 토대로 절충 가능한 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황기돈 중노위 조정위원은 전날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하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조가 단순 특별 보상안이 아닌 '성과급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금액 협상이 아니라 성과급 운영 체계 자체를 둘러싼 시각 차이가 큰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내부 균열 조짐도 변수다. 반도체 DS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DX(가전·모바일) 부문 조합원 비중이 높은 노조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DS부문 중심 특별 보상안이 현실화할 경우 비반도체 사업부와의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는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7만30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실제 생산라인 인력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시장에서는 파업 장기화 시 수십조원 규모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JP모건은 인건비 증가와 생산 손실 등을 감안할 경우 최대 43조원 규모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 경제단체들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공급 병목과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 공급망 파트너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사 모두 협상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분위기다. 사후조정은 법정 기간 제한이 없어 노사 동의와 중노위 판단에 따라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에 들어가면 노사 모두 부담이 큰 만큼 막판 절충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기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에 힘입어 대만을 제치고 세계 6위 규모까지 올라섰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약 4조6621억달러로 대만 자취안지수(TAIEX)를 넘어섰다.
하지만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코스피는 장중 7999선까지 치솟으며 '팔천피'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쏟아지며 한때 5% 넘게 급락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날 급락 배경으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제안한 이른바 'AI 국민배당금' 논의를 지목했다. AI 슈퍼사이클로 급증한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커졌고,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