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정리가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유족들이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면서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으로, 삼성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 행보에 동시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는 평가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홍라희·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가 유족들은 2021년부터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 왔으며, 최근 마지막 회차를 마치며 총 6차례에 걸친 납부 절차를 마무리했다. 상속세 규모는 약 12조원이다. 지난 2024년 국가 전체 상속세 세수(약 8조2000억원)의 1.5배에 달한다.
유족별 부담액은 홍라희 명예관장이 약 3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약 2조9000억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각각 2조6000억원·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배당금과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 나머지 유족들은 일부 지분 매각으로 세금을 충당했다.
이번 상속세 완납은 단순 납세를 넘어 '부의 환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축적한 부를 국가 재정으로 환원한 사례"라며 "보건·복지·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인 재정 여력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가는 상속세와 별도로 대규모 사회공헌도 병행했다. 총 1조원 규모의 의료 지원 사업을 통해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과 희귀질환 치료 지원에 나섰다.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에 5000억원, 연구 인프라 확충에 2000억원이 투입됐다. 서울대병원에는 3000억원이 기탁돼 약 2만8000명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아가 혜택을 받았다.
문화 분야에서도 파급력은 컸다. 삼성가는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2만3000여점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다. 김환기·박수근 등 국내 작가는 물론 클로드 모네·파블로 피카소 등 해외 거장 작품까지 포함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최대 1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해당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상속세 리스크 해소에 따른 지배구조 안정 효과도 주목된다. 그간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변수로 꼽혀온 상속세 문제가 정리되면서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 해소에 이어 상속세 부담까지 마무리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상속세 완납은 '사업보국'과 '동행'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 철학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로도 해석된다. 이재용 회장은 과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