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TV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완제품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쓰는 사이 TV·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자 인사·구조조정·사업 재편을 동시에 꺼낸 '전방위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세트사업 '대수술' 착수
4일 삼성전자는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VD사업부장이던 용석우 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이동했고요. 통상 연말에 단행해온 사장단 인사를 감안하면 핵심 사업부장을 연중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데요. 업계는 TV 사업 부진을 겨냥한 '핀셋 인사'로 보고 있습니다.
이원진 사장은 콘텐츠·서비스·마케팅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입니다. LG전자·액센츄어·어도비·구글코리아 등을 거쳐 2014년 삼성전자에 합류했죠. 이후 TV와 모바일 서비스 사업을 맡으며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회사는 "시장 이해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DX 부문의 구조적 부진과 맞물려 있습니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8734억원·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익의 94%인 53조7000억원이 반도체(DS)에서 나왔죠. DX 부문은 3조원에 그쳤습니다.
특히 TV·가전 사업의 체력 저하는 더욱 뚜렷합니다. VD·생활가전(DA)사업부는 올 1분기 매출 14조3000억원·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환율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해 3·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4분기 적자 규모는 6000억원까지 확대됐는데요. 코로나19 특수 종료 이후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기술 경쟁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외부 변수도 부담입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죠. DX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7%로 한 자릿수에 진입한 이후 8.5%(2023년)→7.1%(2024년)→6.8%(2025년)로 하락세를 이어왔고요.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DX 부문이 연간 기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고강도 구조 재편에 착수했습니다.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중소형 가전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OEM·ODM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말레이시아 가전 공장과 슬로바키아 TV 공장 정리도 진행되고 있고요. 중국에서는 생활가전·TV 판매를 중단하고 모바일·반도체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이 검토됩니다. 국내 영업 조직인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도 병행되며 마케팅 비용 구조까지 들여다보는 상황이죠.
DS-DX 균열…조직 내 갈등 폭발
전략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과 시장을 줄이는 대신 프리미엄 가전과 AI 기반 서비스·냉난방공조(HVAC)·기업간거래(B2B) 등 고부가 영역으로 이동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재배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노노 갈등'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부문 간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죠.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가 DS 부문에 집중된 구조에서 성과급 요구 역시 반도체 중심으로 설계, '대표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요청은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9일에는 1000건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탈퇴 인증이 이어지며 확산세를 뒷받침하고 있죠. 일각선 "세트 사업은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남의 파업에 비용만 부담한다"는 불만도 잇따릅니다.
갈등의 근저에는 실적 격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3년께 휴대폰(당시 IM·현재 MX) 사업부는 약 24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이 재원은 반도체 공정 전환과 설비 투자로 이어졌죠. 과거 세트 사업이 부품 사업을 떠받쳤던 구조와 달리 현재는 반도체가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로 바뀌었고요. '이익 기여-보상 배분'의 균형이 사실상 역전된 셈이죠. 이러한 변화가 보상 체계에 대한 민감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가전·TV 사업에서 사업 축소와 인력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DX 부문 내부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갈등을 넘어 사업 구조 변화와 맞물린 조직 내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파업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부문 간 갈등이 경영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DX 부문의 중장기 해법으로 로봇과 AI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 CFO는 "제조 현장에 투입할 산업용 로봇을 시작으로 홈·리테일로 확산할 계획"이라며 "필요할 경우 협업과 인수합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이후 본격화된 '피지컬 AI'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