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사실상 매각, 2조원을 조달한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석화 구조조정에 2조원 긴급조달?
LG화학은 1일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활용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PRS계약의 기초자산은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575만주로 처분금액은 1조9981억원 규모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PRS는 주가 변동에 대한 이익 이나 손실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PRS를 체결하면 계약 시 처분 금액이 일시에 들어오고 계약 만료일까지 수수료(이자)를 지급하고 만료일에 담보로 잡힌 주식 혹은 현금과 주가변동분을 투자자에게 정산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PRS계약 종료 시 현금으로 계약을 종료하지 않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쉽게 얘기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미래에 파는 약속을 하고 이에 대한 대금은 지금 받았다는 얘기인데 사실상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LG화학이 PRS를 통해 자금을 급히 조달한 건 그만큼 핵심 사업 영역인 석유·화학 부문의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중국의 물량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다. 올해 2분기 매출 4조6962억원, 영업손실 904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공장을 멈춰도 지속해서 운영비가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일정 수준의 자금을 비축해 두지 못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란 점도 긴급히 자금을 조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LG화학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S-OIL) 등과 함께 사업재편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회사는 연 1470만톤의 납사분해설비(NCC) 생산규모를 270만~370만톤 감축하고 고부가·친환경제품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 계획을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 폐쇄, 설비 전환, 퇴직금 등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규모와 구조조정 수준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이번 PR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구조조정에 이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LG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8조4000억원 수준인데 LG화학이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현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본다. 계약 수수료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차입금 대비 낮은 금융비용이라면 대환을 통한 이자비용 절감 등을 노릴 수 있어서다.
백기사 누구였을까
시장에서는 이번에 LG화학과 PRS 계약을 맺은 주체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2조원을 단기간에 지급할 정도의 여력을 갖춘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PRS 계약은 매수 계약 당사자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지분을 넘기기 이전까지는 지분 변동에 대한 공시 의무 또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백기사'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었던 만큼 해외 국부펀드나 증권사들의 컨소시엄 등이 나섰을 거라는게 시장의 평가다.
일단 증권사들이 이번 PRS계약의 당사자일 가능성을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을 감안할 때 금융투자회사들이 PRS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정부 정책에도 호응해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동 해외 국부펀드가 거론되지만 국내 증권사 중심으로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보인다"라며 "최근 금융회사들은 바뀐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PRS 계약인 만큼 금융투자사 입장에선 리스크도 크게 줄이고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