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고장을 '예측'으로 막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데이터 기반 첨단 예지정비 솔루션인 '스카이와이즈 플리트 퍼포먼스 플러스(Skywise Fleet Performance+, 이하 S.FP+)'를 도입하기로 한 건데요.
지난 1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2025 MRO 유럽' 행사에서 양사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비행 중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AI(인공지능)가 분석해 부품 결함을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이걸 자사 에어버스 기단에 적용해 운항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센서가 보내는 신호, AI가 먼저 읽는다
에어버스 스카이와이즈는 100여개 항공사와 9000대 이상의 항공기 데이터를 관리하는 대규모 플랫폼입니다. 비행 중 수십만 개의 센서가 만들어내는 엔진 온도와 압력, 날개 각도, 진동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정비 이력·운항 스케줄·기상 정보까지 통합한 건데요. 핵심은 '사후 정비'가 아닌 '예측 정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항공기 센서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경고 신호가 뜨기 전부터 이상 징후를 잡아내는 거죠.
S.FP+는 기존의 두 시스템을 하나로 합친 업그레이드 버전인데요. 부품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스카이와이즈 프리딕티브 메인터넌스 플러스(Skywise Predictive Maintenance+)', 비행 중 항공기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스카이와이즈 헬스 모니터링(Skywise Health Monitoring)'입니다. 에어버스는 이 두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S.FP+로 발전시켰는데요. 즉 상태를 보는 '눈'과 앞으로를 예측하는 '두뇌'를 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작동시키는 구조인 셈이죠.
이 과정에서 시스템은 훨씬 똑똑해졌습니다. 단순히 경고 신호를 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미세한 패턴까지 찾아내 문제를 예측할 수 있게 됐고요. 항공기별 운항 특성을 반영해 이상 징후가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주고 정비 시점을 자동으로 제안합니다. 또 맞춤형 대시보드를 통해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죠.
집단지성이 만든 두뇌
에어버스는 S.FP+를 '디지털 얼라이언스(Digital Alliance)'라는 산업 연합을 통해 발전시켰습니다. 디지털 얼라이언스는 델타테크옵스, GE 에어로스페이스, 리브헤어, 콜린스 등 항공기 부품·정비 분야 선도 기업이 참여한 협력 네트워크인데요. 각사가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항공기 전체 시스템의 결함을 예측하는 '통합 디지털 솔루션'을 만든 것이죠.
S.FP+에는 AI와 자연어처리(NLP) 기술도 포함돼 있습니다. AI는 정비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결함 패턴을 자동 인식하고, NLP는 기술 문서나 정비 이력 속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연관성을 분석합니다. 이런 기능이 결합돼 부품 고장의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S.FP+를 도입하면 항공기 운항 불가 상태(AOG, Aircraft on Ground)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정비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멈춰 서는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불시 정비와 대체 운항에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플랫폼을 먼저 활용한 델타항공은 실제 효율 개선을 체감했습니다. 델타항공 예측기술 엔지니어링 부문의 짐 잭슨은 "스카이와이즈 코어를 사용하면서 작업 시간이 10~20% 절감됐다"며 "이전에는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를 여러 개 사용했지만 이제는 단일 데이터 기반으로 일해 작업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설명했죠.
대한항공이 그리는 '데이터 항공사'
대한항공은 이번 계약을 통해 △A321neo △A330 △A350 △A380 등 주요 에어버스 기종에 S.FP+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버스 기단에도 확대할 계획이죠.
오종훈 대한항공 예지정비팀장은 "항공기의 잠재적 결함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운항 중단을 최소화하며 성능을 최적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먼드 림 에어버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대한항공이 데이터 기반 정비로 새로운 차원의 운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죠.
대한항공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항공기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비 체계와 운항 효율을 동시에 높여 데이터 중심의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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