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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멈춰선 전기차, 움직이는 로봇…배터리 선택지는?

  • 2026.01.28(수) 07:10

휴머노이드 상용화 가시권…배터리 전략 재편
삼성SDI·LG엔솔·SK온, 로봇서 각기 다른 해법
전문가 "기술 경쟁력 검증 무대는 2030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꺾이면서 배터리 산업의 시선이 새로운 수요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험대는 '로봇'입니다. 아직 물량은 작지만 고출력·고안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첨단 로봇'이 배터리 기술 경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죠. 완성차·로봇 기업과 배터리 업체 간 협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배터리 전략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틀라스 vs 옵티머스

삼성SDI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이 대표적입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용 배터리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양측은 로봇 구동 환경에 적합한 배터리 설계와 출력·안전성 고도화 방안을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죠.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개발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업계에선 로봇 배터리 분야 내 현대차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현재로선 삼성SDI가 유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봇용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기술 요구 수준이 높습니다. 탑재 공간은 제한적인 반면 상시 고출력 구동이 필요하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만큼 충돌·전도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무게 역시 최소화돼야 하고요. 삼성SDI가 전기차용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배터리를 로봇에 적용하려는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삼성SDI는 이미 현대차그룹의 이동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6'에선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용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워 기술 진전을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전기차에 비해 로봇은 전체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가격 부담이 큰 차세대 배터리를 시험·적용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이 작업 시연 중이다./영상=도다솔 기자

다만 일각선 "로봇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기대가 앞서가고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가 로봇의 해법처럼 거론되는 흐름에 대해서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로봇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중형·소형 셀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는 2170이나 4680 같은 규격화된 원통형 셀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며 "리튬 금속 기반 전고체 전지를 단기간에 로봇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적·안전성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히려 리튬 이온 계열에서 안전성을 끌어올린 반고체 배터리처럼 점진적인 경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중국에서도  반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가 먼저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반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양산차 출시 계획을 공개한 바 있죠.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경쟁은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연합전'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SDI, 테슬라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기 다른 진영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에 적용할 배터리를 긴밀히 검토 중인걸로 알려집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4680 원통형 배터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은 서비스·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베어로보틱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고 있으며,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개 '스팟'에도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입니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공장 내부에서 장애물을 피해 자율 이동하며 물체를 운반하는 모습. 신경망 기반 인식 기술을 통해 사람과 설비를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한다./영상=테슬라 공식 유튜브

"기술 난이도는 전기차 이상"

SK온은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SK온은 현대위아가 생산하는 물류로봇과 주차로봇에 파우치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로봇 업계가 범용성이 높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채택해 온 것과 달리, 현대위아는 자체 로봇 구조에 맞춘 파우치 배터리를 적용했습니다. 현대위아의 물류로봇과 주차로봇은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산되고 있어 로봇용 배터리 수요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 전망은 장기적으로 밝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3년 24억3000만 달러에서 2032년 6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화로 약 95조원에 달합니다. 다만 실질적인 배터리 수요가 실적으로 잡히는 시점은 아직 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그래픽=비즈워치

박 교수는 "로봇 배터리 시장이 열린다고 할 때는 단순 자동화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나 사족 보행 로봇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의미 있게 투입돼 배터리 수요가 실적으로 잡히는 시점은 보수적으로 2030년 전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기존 소형 전지 시장이 다소 확대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입니다. 테슬라와 현대차 등 주요 글로벌 로봇 업체들이 양산 시점을 2030년 전후로 잡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물량 기준으로 보면 한계는 더 분명한데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늘어나더라도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처럼 커지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아직 없는 셀'을 만들어낸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박 교수는 "휴머노이드 10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이 전기차 1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결국 관건은 고출력·고안전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초고성능 셀, 즉 '고부가가치 셀'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면서 배터리 산업은 '로봇'이라는 새로운 실험대에 올라섰습니다. 고성능 니켈 기반 삼원계 배터리,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반고체·차세대 전지 등 기술 경쟁력을 실제 검증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로봇용 배터리는 아직 매출 비중이 작지만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장기적 기회"라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2030년 시장이 열릴 때 어떤 셀을 준비해 놓느냐가 향후 배터리 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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