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명동 상권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는 루이비통의 문화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신관·본관·옛 제일은행 건물을 하나의 쇼핑타운으로 묶는 '명동 본점 타운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전시·식음·체험을 결합한 복합 플랫폼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백화점 산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루이비통'
오는 2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리저브'에 루이비통의 문화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이 문을 연다. 상하이, 방콕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오픈 전날인 28일 찾아간 현장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듯 볼거리가 가득했다. 총 6개 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패션부터 전시·카페·레스토랑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 249개의 햇 박스 설치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햇 박스는 귀족들이 모자를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던 전통 가방으로, 루이비통의 역사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설치물 뒤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과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는 공간 전체에 '감상하는 재미'를 더했다.
1~3층은 여성·남성 패션과 액세서리, 뷰티 제품으로 구성됐다. '서울 익스클루시브'로 기획된 한정판 제품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색동과 육각 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신세계 본점 특유의 낮은 층고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 문양을 천장 디자인에 적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4층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루이비통 홈 컬렉션'이 자리했다. 같은 층에는 '르 카페 루이 비통'과 초콜릿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비통'도 들어섰다. 5층은 브랜드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시계, 캠핑, 음악, 협업, 패션 등 11개 주제를 테마별로 구성한 전시 공간은 루이비통의 세계관을 압축해 보여준다. 6층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비통'은 뉴욕 미쉐린 투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 셰프 박정현의 미식을 만날 수 있다.
루이비통 측은 전 세계 수많은 백화점 중에서 신세계 본점을 택한 이유로 '상징성'을 꼽았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 서울에 세계 최대 규모 문화 체험형 매장을 열게 됐다"며 "게다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930년대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 있던 자리인 만큼 역사적 상징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도 공식 오픈 전 루이비통 매장을 둘러봤다. 그는 "이전에는 이렇게 큰 매장이 없었는데 공간이 넓어 굉장히 좋다"면서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명동 상권 '게임 체인저'
루이비통 매장 공개와 함께 신세계의 '명동 본점 타운화'가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본관·신관·더 헤리티지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이 프로젝트는 신세계가 추진하는 '명동판 타운화 전략'의 핵심이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지난 3월 문을 연 신세계 본점 신관 '디 에스테이트'다. 신세계는 개관 이래 최대 리뉴얼을 단행하며 명품과 식음료(F&B) 라인을 강화했다. 리뉴얼된 면적만 2500평에 달한다. 버버리, 발렌시아가, 생로랑 등 10여 개 브랜드 매장은 기존 대비 약 20% 확대했다. 본관 5층에 있던 식당을 13~14층으로 옮겨 가족·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식음 공간도 재정비했다.
이어 4월에는 본관 옆 옛 제일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더 헤리티지'가 공개됐다. 1935년 준공된 서울시 유형 문화유산 건물로, 신세계가 2015년 매입해 복원과 리모델링을 거쳐 역사·문화·쇼핑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백화점의 역할을 단순한 쇼핑이 아닌 전시·식음·체험을 결합한 '브랜드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최근 업계의 판매 전략은 '판매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킬러 콘텐츠와 시즌별 체험형 콘텐츠 강화가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신세계 강남점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강남점은 지난 10년간 경험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리뉴얼 투자를 지속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스위트 파크' 등 경험 소비형 콘텐츠를 확대한 결과 올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럭셔리 브랜드와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타운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신세계 명동 본점은 강남점의 성공 노하우를 이어갈 계획이다. 신관 '디 에스테이트'에 명품과 F&B를 동시에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 3대 브랜드 '에루샤'를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로 유치한 곳도 신세계 본점이 유일하다. '더 리저브'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에르메스와 디올 등 명품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리뉴얼 과정에서 휴게공간과 편의시설을 확대했듯, 본점 역시 헤리티지를 통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을 넓히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