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공간 '하우스오브신세계'가 청담에 문을 열었다. 강남점과 본점에 이어 세 번째 매장으로, 백화점 외부에 단독으로 들어선 첫 사례다. 기존 SSG푸드마켓 청담을 전면 리뉴얼해 장보기에 집중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 공간으로 변신했다. 식품은 물론 패션·주류·다이닝까지 한데 모아 사실상 '미니 백화점'으로 재구성했다. 신세계는 이번 리뉴얼을 기점으로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을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백화점 밖으로 나온 '백화점 식품관'
기존 'SSG푸드마켓 청담'은 고급 신선식품·수입 식재료·즉석식품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장보기 매장이었다. 신세계는 이 공간을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으로 탈바꿈했다. 먼저 지난해 강남점에서 선보인 '하우스오브신세계' 모델을 청담 상권에 맞게 이식했다. 신세계는 장보기 위주였던 기존 식품관을 '체류형 리테일 공간'으로 구현했다. 총 1500평 규모 공간을 식품·패션·리빙·다이닝으로 나눠 청담 소비자 취향에 맞춰 재편했다.
지하 1층은 신세계가 새롭게 선보이는 식품관 '트웰브(TWELVE)'다. 트웰브는 '패션 매거진 같은 식품관'을 콘셉트로 삼았다. 상품의 색감과 질감을 강조한 진열 방식으로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식품관임에도 패션 편집숍을 걷는 듯한 느낌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매대 구성도 의류·잡화 매장을 연상시킨다. 감자·고구마 등 농산물을 일렬로 배치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헤리티지 농산물' 코너는 고급 주얼리의 쇼케이스처럼 꾸몄다. 유자·감귤·더덕·당근 등 채소와 과일도 하나씩 단독 진열해 신선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트웰브 입구에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자리한다. 공용 테이블과 약 100석 규모 좌석을 배치해 고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좌석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식품관에서는 보기 드문 '중정'도 마련됐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정 주변에는 원형 테이블과 휴식 좌석을 배치해 머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렸다.
트웰브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도 있다. 신세계는 드라이에이징 전문 장비로 숙성한 수산물을 처음 선보였다. 드라이에이징 기계를 고객 동선에 노출해 숙성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도 처음이다. 반찬 코너에서는 고단백·저혈당을 지향하는 건강 반찬을 강화했다.
베이커리 브랜드 '베통'과 건강빵 전문 브랜드 '제로브랜드'도 입점했다. 베통은 성수동에서 버터 풍미를 살린 소금빵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코르·자주·까사미아 등 신세계 주요 브랜드의 뷰티·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도 함께 구성했다. 향수와 테이블웨어 등 집과 취향을 연결하는 제품부터 문구, 식기, 침구류까지 하나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웰니스도 취향대로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주요 고객은 청담 거주 30~40대와 주변 직장인이다. 신세계는 이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웰니스 푸드'를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건강을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반영됐다. 단순히 건강한 식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방식과 철학을 보여주는 식문화'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트웰브 원더바'는 이 콘셉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인삼·마카·햄프시드·케일 등을 즉석에서 갈아 만든 스무디와 착즙주스를 판매한다. 고객이 직접 원재료의 효능과 원산지를 비교하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델리 매장에서는 '발효:곳간'을 통해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이고, 해외 인기 메뉴를 큐레이션 한 섹션도 마련했다. 트웰브 키친은 샐러드·그릴·라이스볼 등 구성 요소를 조합해 900여 종의 플레이트를 만들 수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나만의 커스텀 플레이팅'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핵심 공간인 '트웰브 팬트리'는 트웰브 콘셉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6000여 종의 웰니스 그로서리를 12개 테마로 나눠 큐레이션 했다. '뿌리와의 여정', '지구의 가벼운 발걸음', '균형과 순환' 등 테마는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식재료를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표 상품으로는 아보카도·치아시드·블루옥수수 등을 활용한 영국 스낵 브랜드 '미스터 프리드', 100%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저혈당 시리얼 브랜드 '홀리'가 있다. 모두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브랜드로, 트웰브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신세계는 이를 통해 청담 상권의 '신상품 선호도'와 '프리미엄 웰니스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취향의 완성
지상 1층은 패션·주류·다이닝 등 고객의 취향을 세심하게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설계됐다. 1층 입구 바로 옆에는 신세계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맨온더분'과 여성복 브랜드 '자아'가 자리한다. 특히 맨온더분은 최근 국내 남성복 편집숍 중에서도 리브랜딩을 통해 유러피안 스타일을 버리고 한국 남성의 라이프스타일 정체성을 담은 옷으로 재구성했다.
주류·다이닝 카테고리도 고객 선호를 반영해 큐레이션 됐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이트 리쿼' 트렌드를 반영해 화이트 리쿼 중심 매장 '클리어'를 열었다. 이곳에는 사케·화이트와인·샴페인 등 '투명한 술' 위주로 엄선된 주종을 다양하게 구비했다. 클리어에서 판매하는 사케만 150종에 달한다. 사실상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케를 들여온 셈이다. 이 외에도 희소성 높은 수입 주류를 다양하게 갖췄다.
클리어 안쪽에는 고급 가이세키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히든 다이닝 레스토랑 '모노로그'다. U자형 테이블로 구성된 8석 규모의 공간에서 셰프와 소통하며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라이브 바 형태로 꾸몄다.
박현범 신세계 식품기획팀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존 SSG푸드마켓이 식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는 형식이었다면, 지금은 핵심이 되는 것들로만 채웠다"며 "미적인 요소를 고려한 매거진 같은 형식으로 진열 방식을 바꿨고 상품 수도 2만개에서 6000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 강남점과 더불어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이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