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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문화재와 럭셔리의 만남…'신세계타운' 베일 벗었다

  • 2025.04.09(수) 15:27

옛 제일은행 본점 복원해 10년만에 오픈
90년 전 건물 원형 90% 수준으로 복원
샤넬 부티크부터 한국 전통 공예품까지 선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더 헤리티지'를 열고 남대문·명동 일대의 '신세계타운' 프로젝트를 가속화한다. 더 헤리티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2005년 개관한 신관에 이어 20년 만에 새롭게 추가한 매장이다. 1935년 준공한 근대 건축에 신세계가 재해석한 '한국적 럭셔리'를 녹여냈다. 더 헤리티지가 정식 개관한 9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방문해 신세계표 럭셔리의 모습을 확인해봤다.

90년 전 은행 속으로

더 헤리티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에 문을 열었다. 고객들의 발걸음을 가장 먼저 끌어들인 것은 1층과 2층에 문을 연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샤넬'의 부티크였다.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해야 했을 정도로 고객들이이 몰려들었다.

또 지하 1층에는 프랑스의 럭셔리 크리스털 브랜드 '라리끄'와 '바카라', 명품 식기 브랜드 '크리스토플', 100년 역사의 덴마크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뱅앤올룹슨' 등이 입점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하지만 더 헤리티지의 진짜 매력은 건물에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마치 1935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가 1935년 당시 제일은행 건물을 거의 그대로 복원시켰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 내 엘리베이터.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신세계는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에 도전할 당시 이 건물을 매입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 분수대 등 근대 건축물들을 묶은 관광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는 데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특히 옛 제일은행 본점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옛 제일은행 본점은 조선저축은행(제일은행 전신) 본점으로 1935년 문을 열었다. 한국산 화강석을 사용해 한국전쟁 당시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건축사적 가치가 높아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 4층의 역사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신세계는 이 건물을 단순한 판매시설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복합쇼핑공간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건물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30여 차례 이상 국가유산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1935년 준공 당시와 90% 가량 동일한 수준까지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1층 샤넬 부티크 천장의 꽃 문양 석고 부조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이 부조의 페인트칠을 제거하고 파손된 곳을 보수해 원형으로 복원했다. 또 1935년 준공 당시 설치된 2개의 엘리베이터도 원형에 가깝게 복구했다.

1994년 문화재수리 대수선 공사 당시 변형된 부분을 철거했고 1935년 사용된 타일과 같은 형태의 타일도 제작했다. 엘리베이터 층수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도 그 시절 사용된 부채꼴 형태의 모양을 활용해 다시 만들었다. 특히 건축학적 보전 가치가 가장 높은 4층에는 신세계백화점의 발자취와 건물의 역사를 담은 역사관,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마련됐다.

신세계가 재해석한 '한국의 미'

이와 함께 신세계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더 헤리티지 곳곳에 녹여냈다.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미를 알리기 위해서다.

더 헤리티지 5층에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신세계가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전문가 강연과 워크샵 등이 열릴 예정이다.

장인, 작가들의 전통 공예 작품들도 판매한다. 지하 1층에는 한국 전통 문화를 담은 하우스오브신세계의 공예품들을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기프트샵이 마련됐다. 기프트샵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장인, 작가들과 함께 협업해 개발한 단독 상품들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의 디저트 살롱.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바로 옆에는 한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디저트 살롱'이 마련됐다. 이곳은 신세계 한식연구소가 직접 연구, 개발한 한국식 디저트를 선보인다. 18세기 조선 이해가 집필한 '부풍향차보'에 기초해 개발한 신세계의 오리지널 블렌드 티, 전래 음식 연구가 서명환 씨의 솜씨를 담은 떡과 한과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역사, 문화, 쇼핑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 관광 코스로 계속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위치한 명동 일대를 신세계타운으로 조성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단순한 백화점을 넘어 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 예술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쇼핑거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의 기프트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를 위해 신세계는 본점 신관을 리뉴얼해 지난달 '디 에스테이트'로 새롭게 선보였다. 2005년 개관 이래 최대 리뉴얼을 통해 명품과 식음료(F&B) 브랜드를 강화했다. 더 헤리티지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본관을 리뉴얼한 '더 리저브'도 문을 연다. 더 리저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더 헤리티지는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기능에 문제가 없도록 복원해 문을 열었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서울의 대표 럭셔리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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