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주도권이 전통 강자에서 신흥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뷰티 기업들이 성장 정체에 빠진 사이 에이피알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철저하게 해외 시장과 디지털 환경을 전제로 설계한 사업 구조가 실적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2조 클럽' 넘본다
에이피알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273억원을 기록하며 당당하게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3654억원으로 198% 늘었다. 창립 이후 11년 연속 성장이다. 영업이익률은 24%다. 10% 미만인 국내 전통 뷰티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준이다.
분기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4분기 매출액은 547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디. 영업이익은 1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늘었다. 특히 해외 매출은 4746억원으로 203%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87%를 차지했다. 외형 성장의 중심축이 해외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의미다.
사업 부문별로는 화장품이 성장을 이끌었다. 4분기 화장품 매출은 4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증가했다. 연간 화장품 매출은 1조원을 넘기며 단일 사업부 기준으로도 안정적인 규모를 확보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메디큐브'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된 영향이다.
뷰티 디바이스 부문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4분기 매출은 1229억원, 연간 매출은 407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 포커스 샷 플러스', '부스터 브이 롤러' 등 신제품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홈 뷰티 수요를 흡수했다.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한 셈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지난해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해였다"면서 "올해는 주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공 전략은?
에이피알의 성공 비결은 기존 업계의 공식을 깬 '똑똑한 전략'에 있다. 수익성을 높인 배경에는 온라인 중심 판매 구조와 빠른 의사결정 체계가 있다. 에이피알은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대신 자사몰(D2C)과 글로벌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웠다. 마케팅 역시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내재화했다. 국가·지역별 전담 마케터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구조다. 복잡한 보고 단계가 없는 조직 운영은 비용 효율화로 이어졌고 이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연결됐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아마존과 큐텐재팬 등 국가별 주요 이커머스 채널에 입점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동시에 SN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하며 이미지와 숏폼 영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늘리던 과거 업계 전략과는 다른 접근이었다. 이런 전략은 에이피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줬다. 해외 진출 초기 단계에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55%에서 80%로 확대됐다. 미국과 일본 등 핵심 시장에서는 온·오프라인 채널이 동시에 성장했다. 유럽을 포함한 기타 지역에서도 고른 성과를 냈다.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는 외부 변수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리스크 분산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장품과 디바이스의 연계 판매 전략도 차별화 요인이다. 과거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LG프라엘 등 대기업 브랜드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주도해 왔다. 당시 뷰티 디바이스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 반면 에이피알은 디바이스 시장에 중저가 라인업을 보급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디바이스 구매는 전용 화장품의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1회성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매출원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밸류체인 내재화 전략이 더해졌다. 에이피알은 2023년 디바이스 전담 R&D 조직을 신설하고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기획부터 연구개발, 생산, 물류까지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기존 ODM·OEM 의존도가 높았던 업계와는 다른 선택으로 원가 구조 개선과 품질 관리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제품 하나가 잘 팔려서 크는 회사라기보다 처음부터 글로벌·온라인에 맞게 설계된 구조 자체가 다른 기업"이라며 "중저가 디바이스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화장품과의 연계로 반복 구매 구조를 만든 점이 다른 뷰티 기업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