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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진라면'만?…'라면 명가' 오뚜기의 고민

  • 2026.02.04(수) 16:41

K라면 인기 흐름 못 타고 있어
진라면 의존도 높아…프리미엄 부진
미국향 치즈라면…경쟁력 입증해야

그래픽=비즈워치

'라면 명가' 오뚜기가 전례없는 라면 호황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낮은 해외 매출 비중으로 글로벌 K라면 열풍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데다, 국내에서는 진라면과 진짬뽕 외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은 일찌감치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며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엄친아

오뚜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면류(라면+건면류) 매출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7994억원이었다. 2년 전인 2023년 동기와 비교하면 10.1% 성장했다. 지난해 내수 식품 시장이 불황이었다는 점, 연초 탄핵 이슈와 조기 대선 등으로 혼란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경쟁사와의 비교다. 라면업계 2위를 다투던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열풍을 타고 따라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2조3518억원, 영업이익 523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매출의 90% 이상이 라면에서 나온다. 오뚜기의 면류 매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라면에서 내고 있는 농심 역시 오뚜기와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최근 2년간 매출 성장률은 오뚜기와 비슷한 10% 안팎이지만 매출 규모 차이가 크다. 2024년에 2조814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 면류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오뚜기와 경쟁사들의 가장 큰 차이는 해외 시장 공략이다. 삼양식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농심이 40%를 해외에서 내고 있는 반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경쟁사들이 K라면 돌풍이 불어닥친 코로나19 시기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을 두 자릿수 이상 크게 늘렸지만 오뚜기는 2020년 9.3%에서 지난해 3분기 10.7%로 거의 변화가 없다. 오뚜기가 해외 시장 공략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 히트 제품'의 부재다. 삼양식품은 '라면의 원조'인 삼양라면이 국물라면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볶음면인 불닭볶음면이 성공하면서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농심은 80년대부터 이어져 온 '톱5' 제품에 더해 미국향 볶음면인 '신라면 툼바'가 성과를 내고 있다. 라면 시장 4위인 팔도마저 러시아에서 컵라면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시락'이 있다.

진라면은 나가있어

오뚜기가 라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편중된 포트폴리오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라면 매출 상위 10위 제품 중 오뚜기 제품은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진라면 뿐이다. 농심이 신라면과 짜파게티, 육개장, 안성탕면, 너구리 등 5개 제품을, 삼양식품(불닭볶음면·삼양라면)과 팔도(왕뚜껑·팔도비빔면)도 2개씩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결과다. 그만큼 진라면 외 매출을 견인하는 제품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오뚜기가 제품 개발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10위권 밖에 있는 참깨라면, 진짬뽕, 짜슐랭 등 라면 마니아들에게 인정받은 제품들도 많다. 열라면과 스낵면, 오동통면 등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제품도 있다. 쇠고기 미역국 라면과 북엇국 라면 등 이색 라면 계열에서는 레토르트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 온 오뚜기를 따라갈 기업이 없다.

업계에서는 국물 라면에 집중된 오뚜기의 라면 라인업이 해외 시장 공략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얼큰한 국물 라면이 중심인 국내 라면 시장과 달리, 해외에서는 국물이 없는 볶음·비빔면이 인기다. 국물을 마시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툼바는 물론 해외에서 유행했던 '짜파구리' 역시 볶음라면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윈터 팬시 푸드 쇼'에 참가한 오뚜기 부스. 치즈 볶음면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오뚜기

오뚜기도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엔 영문 사명을 기존 'OTTOGI'에서 영어권 소비자들이 읽기 쉬운 'OTOKI'로 바꿨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공장 착공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나선다.

지난달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푸드쇼에서 해외 공략용으로 내놓은 '보들보들 치즈라면'을 리뉴얼한 '치지 라면(Cheesy ramen)'을 소개하고 북미 공략을 강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오뚜기는 이같은 변화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경우 현재 10%대인 해외 매출 비중도 30%대로 올라선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반응이 올 만한 신제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대형 신제품 없이 기존 제품의 리뉴얼이나 모디슈머 제품에만 집중했던 게 경쟁사와의 차이를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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