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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25]'K뷰티' 날았다…새 대장은 에이피알

  • 2025.12.21(일) 16:00

화장품 수출액 100억달러 돌파…미국 1위
중소 브랜드 약진, 에이피알 ‘대장주’로 부상
다이소가 쏘아 올린 '가성비 뷰티' 시대

/그래픽=비즈워치

날개 단 K뷰티

올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산업 전반의 무게중심을 글로벌로 이동했다. SNS와 글로벌 이커머스를 통한 직진출 전략이 확산했고, 브랜드 규모와 무관하게 해외 성과를 내는 사례도 늘었다.

K뷰티의 위상 변화는 올해 여러 장면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방한 일정에서 올리브영을 찾아 K뷰티 제품을 직접 구매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억60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톱스타 카디비는 K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숏츠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K뷰티가 특정 국가나 유행에 국한된 소비재가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수출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04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 3분기 만에 2023년 연간 수출액(85억달러)을 넘어섰다. 올해는 화장품 수출액으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 구조도 달라졌다.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미국 수출액은 전체의 약 19.6%였다. 2위는 약 18.6%를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고, 일본은 약 9.7%로 뒤를 이었다. 과거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달리, 미국·일본·유럽·중동 등 비중국 국가로의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화장품 수출국 수도 확대됐다. 2020년 160개국이던 수출 대상 국가는 2024년 172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205개국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반짝 흥행을 넘어 수출 산업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과거처럼 중국 한 시장에 기대던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에서 고르게 매출을 쌓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흥 강자 부상, 대기업은 체질 개선

기업 판도 변화도 올해 뷰티업계의 핵심 이슈다. 더 이상 K뷰티는 대기업 중심 산업이 아니다. 콘텐츠와 기획력이 강한 브랜드가 성과를 내는 구조로 바뀌었다. 기존 뷰티 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메디큐브, 조선미녀, 아누아, 롬앤 등 인디·중소 브랜드가 해외 시장을 통해 급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에이피알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메디큐브를 앞세운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세를 확장했다. 에이피알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9797억원이다. 연초 제시했던 '연매출 1조원 클럽'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결합한 홈케어 전략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며 실적과 주가 모두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을 'K뷰티 대장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반면 전통 뷰티 대기업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초부터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2020년 12월 이후 5년 만의 인력 구조조정이다. 실적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럭셔리 브랜드 중심 포트폴리오가 회복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애경산업 역시 홈쇼핑과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 중이다.

가성비 뷰티가 뜬다

올해 뷰티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가성비'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대한 지출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고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약해진 반면, 성분과 기능이 검증된 제품이라면 가격대와 상관없이 지갑을 열었다. 여기에 SNS를 통해 저가 제품의 사용 후기와 성능이 비교되면서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이소 뷰티가 대표적이다. 다이소 뷰티 품목은 스킨케어부터 색조, 베이스, 헤어까지 전 카테고리로 확대됐다. 다이소 집계 결과 올해 1~11월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0% 성장했다. 다이소 화장품은 '싼 게 비지떡'으로 불렸던 저가 화장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다이소의 성공 모델은 다른 유통 채널로 확산했다. 편의점업계는 3000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화장품을 앞세워 102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는 4950원 초저가 화장품으로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동일 가격대 제품을 모은 '가성비 뷰티존'을 조성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래픽=비즈워치

유통 환경 변화도 이어졌다. 화장품 소비 채널은 다양한 브랜드를 한 번에 비교·체험할 수 있는 올리브영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여기에 다이소, 패션 플랫폼, 이커머스, 편의점까지 화장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뷰티 유통 판로는 빠르게 다변화됐다.

내년 뷰티업계는 성장과 경쟁이 동시에 심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K뷰티의 글로벌 수요는 이어지겠지만, 브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미국·일본·동남아 등 주력 해외 시장에서 실적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업만이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가 답'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만큼, 유통 측면에서는 글로벌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라며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브랜드 지속력이 시장에서 더 엄격하게 평가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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