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마음 급한' 쿠팡, '탐정 놀이'로 헛발질?

  • 2025.12.27(토) 13:00

[주간유통]25일 개인정보 유출 조사 중간결과 발표
3000만명 아닌 3000명 유출…"외부 유출 없었다"
정부, 강력 반발…협의없이 조사 중인 부분 공개 지적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 25일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저녁 즈음부터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몹시 추운 크리스마스였는데요. 불황이다 뭐다 해도 빵집과 카페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려는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저도 케이크를 하나 샀고요. 선물도 샀습니다. 그동안 신었던 테니스화가 늘어나서 새 테니스화를 선물했죠.

테니스화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쿠팡도 저에게 선물을 하나 보냈더군요. 바로 새로운 입장문을 내놓은 겁니다. 휴일에 보도자료나 입장문을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특히 그 휴일이 크리스마스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집에 바삐 돌아가 입장문을 확인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쿠팡은 쉬지 않았다/사진=쿠팡 뉴스룸

우선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유출에 사용된 장치를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유출 규모가 앞서 밝혀졌던 3000만명 이상이 아니라 3000여 명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쿠팡에 따르면 유출자는 3300만명의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한 고객 정보는 3000여 개에 그쳤고 유출자는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저장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고객 정보를 제 3자에게 전송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쿠팡의 설명대로라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실제적인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 다행이죠. 해가 가기 전에 '쿠팡 사태'가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쿠팡에게도, 저에게도 참 다행인 일입니다. 

로켓 오발사

하지만 행복한 상상은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쿠팡이 입장문을 내자마자 이번 유출 사태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을 운영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발한 겁니다. 과기부는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며 "쿠팡의 주장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플레이'라는 주장입니다.

정부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별도 조사를 한 뒤 일방적으로 입장을 내는 건 이례적입니다. 실제로 앞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받았는데 쿠팡처럼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힌 적은 없습니다. 쿠팡 측은 관련된 사항을 가능한 빠르게 알리기 위해 자료를 배포했다고 밝혔지만 쉽게 납득이 가는 상황은 아닙니다.

쿠팡이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의 행동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보면, 전 국민이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실제 유출 규모가 그보다 훨씬 작고, 제 3자에게로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하니 빨리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최대한의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우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정부를 무시한 행동이 됩니다. 실제로 과기부가 곧바로 불쾌함을 표현했죠. 

조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닙니다. 쿠팡이 밝힌 내용은 대부분 유출자의 진술에 근거합니다. 쿠팡 역시 "현재까지 조사 결과는 유출자의 진술 내용과 부합하며, 유출자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만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현재까지'와 '발견되지 않았다'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유출자가 100%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실제로 외부 유출이 없었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쿠팡은 또 한 번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얻는 건 많지 않은 반면 잃을 수 있는 건 많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발표였습니다. 실제로 발표 직후 정부는 과기정통부 2차관이 팀장을 맡고 있던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왜 그랬을까

업계에선 쿠팡이 이번 사태의 확산 속도·범위에 대해 무척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큰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국민적인 이슈로 확대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사태 초기 쿠팡의 연이은 잘못된 대응도 사태의 심각성을 오판한 경영진의 실수에서 왔다는 분석입니다. 범인을 잡았고 노트북도 찾았고 외부 유출도 없었으니, 사건이 해결됐다고 인식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쿠팡 가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면 '게임 끝'이라고 봤을 겁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법'으로만 판단하는 쿠팡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김 의장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일이니 한국 대표가 책임지겠다"는 박대준 전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미국 정계에서 쿠팡 사태에 대해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온 것 역시 쿠팡의 대미 로비의 결과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사실이라면 이 역시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매출 90% 이상을 올리는 기업이 이럴 때는 "우리는 미국 기업"이라는 태도를 좋게 볼 국민은 없습니다.

해롤드 로저스 신임 쿠팡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침해사고 청문회에 참석해 위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치권의 발언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쿠팡의 입장 발표 다음날인 지난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쿠팡은 탐정 놀이와 언론 플레이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수사당국과 협의 없이 해외에서 유출자를 사적으로 접촉해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것은 상식과 법치를 넘어선 행위"라며 강력 비판했습니다.

쿠팡의 발표에 대해 '탐정놀이', '셀프 면죄부'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이대로 넘어가면 우리는 정말 쿠팡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사업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쿠팡의 입장문을 열기 직전에 떠올렸던 행복한 상상처럼, 쿠팡 경영진이 이번 발표를 하면서 했을 상상처럼 쿠팡 사태가 조기 진화될 가능성은 이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초 쿠팡은 배송기사 사망 사건, 배민과의 배달 전쟁 등으로 [주간유통]의 단골 손님이 됐었는데요. 올해 마지막 주간유통의 주인공 역시 쿠팡이 됐습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에도 쿠팡과 함께 찾아뵐 일이 많아질 것 같네요. 그래도 여러분은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내년 1월 3일에 새해 첫 주간유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