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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대신 향수"…향수 시장, '불황'에도 혼자 뜨는 이유

  • 2026.01.08(목) 07:20

'립스틱 효과' 잇는 '스몰 럭셔리'
적은 비용에 '가심비'…성장 거듭
자기 표현 수단…소비 패턴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향수 시장이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스몰 럭셔리'로 떠오른 니치 향수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자기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업계에서는 향수가 립스틱을 잇는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아이템 중 하나로 굳어졌다고 보고 았다.한물간 립스틱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소비 심리가 위축될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을 구매하며 작은 사치를 누렸다. 일명 '립스틱 효과'다.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심리적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립스틱은 불황기에 꾸준히 선택을 받았다.

올리브영N 성수 '퍼퓸 라이브러리'./사진=윤서영 기자 sy@

하지만 최근 들어 립스틱의 자리를 향수가 대신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이 세분화하면서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향수가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러 향수를 혼합해 '나만의 향'을 만들 수 있는 만큼 높은 효용성과 가성비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신사 스토어 내 뷰티 카테고리 중 향수가 최다 검색량을 기록했다. 덕분에 같은 기간 향수 판매량도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향수가 단순한 뷰티 제품을 넘어 패션 상품군과 함께 하나의 스타일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딥티크 성수 부티크 내부 전경./사진=윤서영 기자 sy@

이에 따라 향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5317억원이었던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니치 향수를 주축으로 하는 프리미엄 향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2.6%에 달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카테고리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수입·판매 중인 니치 향수 브랜드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엑스니힐로' 등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15개의 니치 향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뉴요커의 향'으로 화제를 모은 엑스니힐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증가하기도 했다.

이제는 '향'이다

업계에서는 향수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향수는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라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료는 물론 조향에 대한 스토리, 제작 방식 등 세부 요소가 구매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을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개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엑스니힐로 '스파이키 뮤즈 오 드 퍼퓸(왼쪽)',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이에 따라 니치 향수 브랜드들은 단순 진열 판매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텔링 강화, 시향·조향 등을 체험하는 공간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엑스니힐로는 '스파이키 뮤즈 오 드 퍼퓸' 출시와 동시에 롯데호텔 서울에서 딸기 뷔페가 운영되는 라운지에 제품 디스플레이 존을 마련,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과 결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수 사용 방식의 변화 역시 시장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의 향수를 고정적으로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계절과 기분, 장소에 따라 향수를 바꾸거나 레이어링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향수 재구매 주기가 단축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경쟁 심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 우려는 여전하다.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브랜드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인수 이후 14년 만에 프랑스 향수 브랜드 '구딸'의 지식재산권(IP)을 글로벌 향수 기업 인터퍼퓸에 매각했다. LF의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정리한 이후 현재는 온라인 판매만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향수에 대한 이해도와 기대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조향과 명확한 정체성을 갖춘 브랜드만이 경쟁이 치열한 향수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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