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K뷰티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금까지는 해외 시장에서 K뷰티의 성공을 중소 스타트업들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올리브영과 쿠팡 등 대형 커머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쿠팡이 간다
쿠팡은 지난 2024년 인수한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통해 글로벌 K뷰티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전세계 1400여 개 럭셔리 브랜드와 부티크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쿠팡은 파페치를 통해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쿠팡은 국내 뷰티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한 뒤 파페치 플랫폼을 통해 해외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다. 쿠팡의 직매입 노하우를 그대로 살린다. K뷰티 브랜드들은 복잡한 수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쿠팡을 통해 190여 개국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미 해외 시장에 자리잡은 브랜드들보다는 수출을 원하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인 중소 브랜드들에게는 매력적인 포맷이다.
쿠팡&파페치 입점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배송'이다. 파페치는 앱 내에 'K뷰티' 코너를 신설하고 입점 브랜드 제품을 노출시킨다. 현지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포장해 파페치의 배송망을 통해 고객에게 배송한다.
쿠팡 측은 주문부터 배송까지 평균 3~4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통관절차·고객 서비스(CS)까지 쿠팡이 맡는다. 판매자는 물론 구매자 역시 관세 등을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쿠팡은 우선 국내 주요 10개 K뷰티 브랜드를 미국·영국에서 판매한다. LG생활건강의 더후와 오휘, 빌리프, 숨37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 등 대기업 뷰티 브랜드와 함께 JM솔루션, Dr.Different, 아리얼, 듀이트리, VT코스메틱 등 중소·중견 K뷰티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 쿠팡은 내년까지 참여 브랜드를 100여 개로 늘리고 진출 지역도 19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영도 간다
국내 뷰티 시장의 절대 강자 CJ올리브영 역시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선다. 그간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던 올리브영은 내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1호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다.
미국은 두 말 할 것 없는 글로벌 뷰티 시장의 중심지다. 맥킨지에 따르면 4460억달러(약 65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뷰티 시장 규모 중 북미 시장의 비중은 20%(약 13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K뷰티 열풍 역시 미국에서의 인기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결과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에는 큰 의미가 있다. 그간 K뷰티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대부분 울타 뷰티나 아마존, 세포라 등 현지 채널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해 왔다. 이들이 K뷰티에 주목했기 때문에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이들이 C뷰티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K뷰티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다.
올리브영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올리브영 측은 미국 매장 개설 소식을 밝히며 "미국 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단일 브랜드의 해외 매장 개설을 넘어, K뷰티 브랜드들이 올리브영과 함께 세계 최대 뷰티 시장에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산업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채널에서 개별적으로 경쟁하던 K뷰티가 '올리브영'이라는 하나의 K채널에서 판매되면서 K뷰티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올리브영은 1호 매장에 400여개의 K뷰티 브랜드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올리브영 글로벌몰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0% 늘어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이다. 글로벌몰에 입점한 브랜드만 1200개가 넘는다. 오프라인 매장이 늘면 국내에서처럼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한 뒤 온라인몰로 구매하는 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해외 진출 여력이 많지 않은 중소 브랜드에겐 쿠팡이나 올리브영 등 대형 플랫폼이 길을 터 주는 게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활발하게 수출을 진행하며 K뷰티를 세계 시장에 알리고 있는 브랜드들에겐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입점을 하자니 현지 플랫폼 대비 높은 수수료가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입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시장 영향력이 막강해서다. 자칫하면 '본진'인 국내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라면 해외 직진출이 수수료 절감·물류 관리·데이터 트래킹 등에서 강점이 있다"며 " 다만 채널에 입점하면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판로 개척·다양화 효과가 있어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