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타운화'에 속도를 낸다. 첫 발은 본점 신관을 명품·식음료(F&B) 중심으로 탈바꿈한 '더 에스테이트'다. 최근 백화점 업계에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이번 대대적인 리뉴얼이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어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 데 모인 명품
14일 오전 방문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앞은 아직 개점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날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이 재단장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는 날이다. 이번 리뉴얼 된 영업면적은 총 2500평으로, 2013년 본점이 문을 연 이후 12년 만의 최대 개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발을 맞춰 리뉴얼을 단행했다. 고객들에게 '이곳에 꼭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이번 리뉴얼의 핵심 콘셉트라는 설명이다. 이 중 가장 공을 들인 건 2층과 3층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있는 곳이다.
입장과 동시에 수많은 인파를 뚫고 도착한 2층은 말 그대로 명품 천국이었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를 비롯해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생로랑', '몽클레르'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있었다. 이들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기존보다 매장 면적을 10~20% 늘려 가방,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 등으로 상품 구색을 확대했다. '펜디'와 '미우미우'가 들어설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이른바 'MZ세대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더로우' 매장이 새롭게 입점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강남점 오픈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다. 앞서 더로우는 강남점 오픈 첫날 오픈런은 물론 장기간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브랜드다. 다만 이날은 생각보다 매장이 한산했다.놓칠 수 없는 것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3층에선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고 있는 '꾸레쥬', '에르뎀'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르메르', '자크뮈스'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명품 브랜드인 '샤넬'과 '디올'도 3층에 자리를 잡았다.

본관 5층에 있던 식당들도 신관으로 옮겨졌다. 13층에는 '광화문국밥'과 '마쯔야'를, 14층에는 '김수사'와 '서관면옥'이 입점했다. 광동식 중식당인 '호경전'도 올해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호경전까지 입점이 완료되면 양식을 제외한 한식, 중식, 일식을 모두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 있는 노포와 트렌디한 F&B를 추가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 점도 주목된다. 7층에는 다이아몬드 등급 이상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퍼스트 프라임 라운지'를 마련했다. 고급스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외에 4층과 5층에는 무료로 커피 등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멤버스 바도 각각 마련했다."롯데, 게 섰거라"
이번 신관 리뉴얼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타운화'의 시작과도 같다. 신세계는 본점의 신관과 본관, 옛 SC제일은행 건물을 복합 쇼핑타운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신관 오픈을 시작으로 내달에는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 개점을 앞두고 있다. 더 헤리티지는 구매력이 높은 VIP가 핵심 공략층이다.
업계는 이 같은 타운화 전략이 생존을 위해선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벡화점 등 백화점 3사의 매출 성장이 둔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2.8%, 4.9%로 한 자릿수 성장했다.

신세계의 본점 타운화가 롯데백화점에게 빼앗긴 1위를 되찾아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작년 기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거래액 차이는 1조2000억원대로 롯데가 앞섰다. 쇼핑몰부터 호텔, 테마파크 등을 집결시킨 잠실 롯데타운이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공간에 대한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새로운 브랜드, 트렌드에 맞게 공간을 구성해야 식상하지 않고 고객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