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업계가 명품 주얼리를 강화에 나섰다. 명품 쇼핑의 수요가 가방에서 상대적으로 유행을 덜 타는 주얼리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백화점 업계는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주얼리 브랜드를 계속해서 들여와 '락인' 효과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고객이 원한다면
백화점 업계는 최근 '주얼리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흔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함과 차별성이 있는 주얼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핵심 점포에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을 유치하는가 하면 아직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들여오는 중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중심으로 명품 주얼리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소공동 본점에서 '반클리프 아펠', '그라프' 매장을 오픈했다. '까르띠에'와 '티파니', '불가리' 등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주얼리 라인업에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명동 본점 신관을 리뉴얼하면서 주얼리 브랜드를 2배 이상 확대했다. 이번 재단장으로 원석 반지로 유명세를 탄 '포멜라토'와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메시카' 등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히 메시카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백화점에 입점했다.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도 명품 주얼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갤러리아는 올해 상반기 독일 주얼리 브랜드 '벨렌도르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독일 주얼리 브랜드 '아크레도'를 들여온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 더현대서울에서 반클리프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백화점 업계가 명품 주얼리를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것은 이 시장이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1조8150억원이었다. 이 중 주얼리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경기 불황 속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명품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2조912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나만 가지고 싶어"
주얼리 소비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소는 '대중적이지 않은 명품'이라는 점이다. 과거 대표적인 명품 카테고리로 꼽히던 가방은 '부유층의 전유물',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가격 때문에 소유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과시의 수단이 될 수 있었다. 희소성에 대한 가치가 높은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명품 가방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평범함'으로 바뀌었다. 하늘길이 닫힌 동안 해외여행 대신 명품 가방을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구매했던 것이 컸다. 당시에는 백화점 개점 전부터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은 물론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 현상도 빈번했다. '한 번쯤은 가지고 싶은 가방'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가방'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명품족'들은 주얼리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흔해질 대로 흔해진 명품 가방과 비교해 주얼리가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커서다. 당초 명품 가방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좋은 수단이었던 것처럼 주얼리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충족시키는 중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만큼 투자에 대한 가치도 높아 재테크 소재로도 떠오르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주얼리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명품 수요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들이 명품 카테고리를 키우면서 의류와 가방 등을 온라인에서 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다만 명품 주얼리의 경우 아직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직접 매장에 들러 제품을 보고 착용해 본 후 사려는 심리 때문이다.

올해 주얼리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들어 백화점 주얼리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 1~3월 기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주얼리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5%, 42%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주얼리·시계 매출은 44% 성장했다. 갤러리아는 1~2월 두 달간 주얼리·워치 매출이 30%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얼리는 대량 생산이 되지 않고,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만족감이 높은 편"이라며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하나의 세트를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어떤 제품이든 하나를 사게 되면 결국 나머지를 추가 구매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