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가 그동안 고수해온 운영 원칙을 하나씩 바꾸고 있다. 소비자 불만으로 제기된 사항들을 수용한 결과다. 다만, 한계에 봉착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브랜드 경험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파격 도전
대표적인 변화는 플라스틱 빨대의 재도입이다. 스타벅스는 현재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종이와 식물유래 소재로 된 플라스틱 빨대를 함께 비치하고 있다. 종이 빨대 사용이 불편하다는 고객 의견을 반영한 행보라는 게 스타벅스의 설명이다.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건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 도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각종 지적에도 이를 유지해왔다. 당시 소비자 사이에서는 '빨대가 빨리 젖어 음료를 마시기 힘들다', '음료에서 종이 맛이 난다'는 불만은 물론 환경 보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를 고집해왔다. 이는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시행과 맞닿아 있다. 환경부는 당초 2023년 11월부터 카페를 비롯한 식당,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규제는 계도 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스타벅스 입장에선 사실상 관련 규제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종이 빨대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게 됐다. 스타벅스가 7년 만에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한 이유다.

스타벅스가 변화를 택한 건 빨대 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선 2023년 일부 매장에 진동벨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진동벨을 사용하는 매장은 약 150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타벅스는 점원(파트너)이 주문을 받고 고객의 번호나 닉네임을 부르는 '콜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대형 매장과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진동벨 도입을 결정했다.
이달부터는 외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 10여 곳에서는 키오스크도 운영할 예정이다.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객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매장 내 키오스크가 보편화될 경우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층과 장애인 등을 제외하면 대면 주문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의 상징인 '직접 소통'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문화를 판다더니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의 이런 변화에 대해 단순한 고객 편의 개선을 넘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의 매출은 3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며 사실상 정체 중이다.

여기에 수익성마저 둔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2%로 주저 앉았다. 이는 매장 수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매장 당 객단가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1639개에서 2009개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 빨대 도입은 소비자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진동벨과 키오스크 역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가맹 구조가 아닌 직영 운영 체제인 스타벅스의 특성상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려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운영시간을 확대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기간동안 단축 운영했던 매장 영업 시간을 22시까지로 연장했다.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대부분 매장에 적용된 상태다. 이에 더해 한산한 저녁 시간대의 매출 극대화를 노리고자 오후 6시 이후 푸드와 함께 주문하는 제조 음료를 30% 할인해주는 '이브닝 이벤트'까지 더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정체성이 다소 흐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타 커피 프랜차이즈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고하게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돼 수익성 개선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보다는 실용을 택한 전략"이라며 "이번 변화가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친환경이라는 경영 철학을 견고하게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