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듀프' 소비가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싼 가격에 명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살 수 있어 가성비와 심리적인 만족감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이 인기의 이유다. 다만 각종 법적 문제를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점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똑같은데 저렴해"
듀프는 복제품을 뜻하는 '듀플리케이션'의 줄임말이다. 원래는 고가 브랜드들을 따라한 제품들을 일컫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품질, 기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해 명품의 대안이 되는 제품들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이 때문에 듀프 제품은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니클로 '멀티 포켓 숄더백', 다이소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 등이 대표적인 듀프 제품이다. 이들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멀티 포켓 숄더백의 경우 30만원대인 '포터 탱커 숄더백'과 유사한 디자인에도 가격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입소문을 탔다.

손앤박도 마찬가지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컬러밤은 3000원이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샤넬 '레드 까멜리아 립 앤 치크 밤'은 6만원대다. 고가 제품과 성능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컬러밤은 단숨에 다이소의 메가 히트템이 됐다. 이에 따라 명품 브랜드 뒤에 '~맛'을 붙이거나 듀프 제품을 명품 브랜드의 '저렴이 버전'으로 부르는 일도 흔해졌다.
해외에서도 듀프 제품은 인기다. 일례로 월마트가 내놓은 10만원대 '월킨백'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출시 이후 금세 동이 났다. 여기에 CRZ요가가 만든 레깅스는 룰루레몬의 '얼라인 레깅스'보다 60% 이상 싸지만 품질과 착용감이 비슷해 대체품으로 호평을 받았다.애매하다 애매해
듀프 소비가 트렌드로 부상하자 관련 카테고리를 키워나가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K뷰티 플랫폼 와이레스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떠올릴 만한 제품들을 '윙크' 라인으로 분류해 선보이고 있다.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바이브 세럼'은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을, '어텐션 글레이즈 립스틱'은 샤넬의 루즈 코코밤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다. 최근 출시한 스킨케어 제품인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는 샤넬 레드 까멜리아 라인을 모방해 제형과 발림성은 물론 향까지도 유사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듀프 소비를 스마트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은 듀프 제품 구매를 '싼값에 사는 명품 브랜드'라는 개념을 넘어 놀이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과 듀프 제품을 비교해 가장 비슷한 제품을 찾는 영상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듀프 제품이 소비자와 브랜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브랜드에겐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짝퉁(위조품)'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특정 브랜드의 로고, 상표를 도용한 것은 아닌 만큼 법적 문제에서 위조품 논란에서는 자유롭지만 성분이나 특징, 디자인 등이 닮아있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보호 차원에서 듀프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선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듀프 제품이 자칫 명품 브랜드들이 쌓아온 명성과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식재산권 침해나 부정경쟁법 등에 대한 위반 소지도 있다. 앞서 에르메스는 2015년 플레이노모어의 눈알가방이 자사 버킨백을 도용했다며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5년 뒤인 2020년 대법원은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자체를 그대로 베낀 게 아닌 이상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브랜드들이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는데,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가져다 사용하고 구축해 놓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품에 연상시키게 해 이익을 취한다는 건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