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 1·2·5·6블록에 공급될 예정이던 주상복합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6월 3·4블록 사업 취소 후 채 1년도 안 돼 나머지 주상복합사업 전체가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1300명 넘는 사전청약당첨자 피해가 예상된다.

사전청약 1314가구인데…사업 좌초 위기
9일 LH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주상복합단지 1·2·5·6블록 시행사인 인창개발과 맺은 토지 공급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인창개발은 2021년 12월 LH로부터 해당 부지를 7523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토지 매입대금 7523억원 가운데 계약금(759억원) 납부 후 몇 년째 중도금을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창개발은 1·2·5·6블록 매입 당시 LH가 공고한 공급 예정금액(4513억원)보다 66.7% 높은 금액에 토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 사업 여건이 악화했다. 해당 부지는 더욱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로 분양가를 높여 사업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택지다.
사업자가 대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연체이자가 계약금을 초과하면 LH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LH는 앞서도 대금지급 기간 6개월을 넘기면서 기준상 해지사유가 발생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인창개발 측은 줄곧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혀 왔다.
상업지구 일괄개발 계획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LH 입장에서도 사업 진행을 위해 이를 수용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1월31일 밀린 중도금 연체이자가 계약금을 초과해 즉각적인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최종 통보에 인창개발 측은 연체대금을 낼 수 있다며 자금납부 각서를 제출했다. 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하지만 인창개발은 연체이자도, 중도금도 내지 못했다.
이에 LH는 이달 들어 최종 계약 해지 요건 발생을 통보하고 이와 별개로 내부적으로 계약 해지를 위한 절차에 들어섰다. 이달 초 기한이익상실 통보를 위한 납부 최고서를 인창개발 측에 발송했으며, 14일 내 연체금 납부나 중도금 납부 등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한이익상실 처리가 완료된다. 이후 다시 14일 동안 해지 절차가 이뤄진다. 즉 이달 말 계약 해지가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가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해 다양한 방안들을 계속 제시했었다"라며 "LH는 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통해 입주 지연 등을 막는 것이 목적인 만큼 사업 진행을 위해 즉각적으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기간을 유예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더 이상 해지 절차를 유예할 수 없는 상황이 왔고, 납부이행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여 이달 내 사실상 계약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TX 초역세권 단지도 '속수무책'
인창개발이 주상복합을 공급하려던 사업장은 GTX-A 노선의 기점인 운정중앙역과 맞닿은 초역세권 단지다. 2022년 6월 사전청약 당시 4개 블록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1블록은 일반분양 248가구 모집에 1만345명이 몰리면서 4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4개 블록 총 대지면적은 7만3721㎡로 지하 3층에서 지상 최고 42층, 1532가구 공공주택을 포함해 판매시설 등의 대규모 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특히 주상복합 1532가구 중 사전청약 가구수는 1314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2023년 11월 당초 2024년 1월이었던 본청약 시기가 올해 상반기로 미뤄진데 이어 이제는 사업 진행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LH는 계약이 해제될 경우 즉각적으로 토지 재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작년 계약이 해지된 3·4블록의 경우 지난달 토지 재매각 절차를 재개했다. 오는 10일 입찰신청서를 접수하고 17~18일 신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 '불안'은 어떻게?
사전청약자들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사전청약 지위 승계 방침을 내놨지만 주상복합과 상업단지 사업이 취소될 경우 GTX 운정중앙역 도시개발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입주시기 등이 얼마나 밀릴지 예상할 수 없어서다.
특히 정부 정책을 믿고 참여한 만큼 사전청약 사업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도 거론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사전청약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장 변화에 따라 사업 검토를 통해 빠른 대응을 해야 했다"면서 "사전청약 관련 문제들이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자가 사업 의지가 있다고 해도 국내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 유지가 가능한지 정성적 부분뿐 아니라 정량적인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토지계약 시기는 2021년 12월인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도금을 계속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본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것이 맞다"면서 "시행사의 사업진행 능력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창개발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577억원의 영업손실, 291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0년부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에 들어섰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정현회계법인은 "누적결손금이 3980억원으로 총부채가 총자산을 3978억원 초과했으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조8559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인창개발 측은 "해당 사업은 회사에 중요한 사업으로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