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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많고 수익은 찔끔'…토목 꺼리는 건설사들

  • 2025.06.04(수) 10:03

가덕도신공항, GTX-B도 "공사 못합니다"
저가입찰에 안전사고 등 중대재해 부담도

사업비 13조7000억원 규모,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했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다. 4차례 유찰 후 간신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핵심 부지 조성공사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공사 기간과 비용을 놓고 정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현대건설이 지난달 30일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최근 대선 공약 가운데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추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자금 조달, 사업성 문제로 사업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착공 예정이었던 GTX-B의 경우 사업에 참여했던 대형 건설사 일부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사업자 모색에 나서는 상황이다. 

공공·민간공사 토목 수주 증감률/그래픽=비즈워치

이처럼 굵직한 국가 토목공사 사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사업비 문제가 가장 크다.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 중심으로 선별수주를 진행하다 보니, 사업성이 낮고 안전사고 부담까지 높은 토목공사 수주를 꺼리는 상황이다. 

발주 줄고 수익성 낮아 국내외 토목 수주 '뚝'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공공공사 가운데 토목건설 수주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작년 1월(3조원)과 비교해 40% 줄었다. 2월엔 1조6000억원, 3월엔 1조7000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전년 대비 각각 33.3%, 55.3% 감소한 규모다. 

전체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수주 물량 가운데 토목공사 감소폭이 더 컸다. 지난해 1분기 공공공사 수주 규모는 12조9000억원, 올해 1분기엔 9조1000억원으로 29.5% 줄었다. 이 기간 토목 수주는 9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44.6% 감소했다. 전체 수주 가운데 토목 비중도 71.3%에서 56%로 15.3%포인트 줄었다. 

민간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월 민간공사 수주 규모는 총 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9조4000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이 중 토목 비중은 지난해 1조9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47.4% 줄었다. 

2월에는 민간공사 수주 규모가 전년 대비 10.8% 늘어난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토목 수주도 1조1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63.6% 늘었다. 하지만 3월 들어 토목 수주가 6000억원에 그치며 전년(2조원) 대비 3분의 1도 못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 민간공사 수주 규모는 8조5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25.9% 늘어났음에도 토목공사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공사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토목공사 발주 규모가 많이 줄었다"면서 "토목은 대규모 공사가 많은 만큼 신규 발주 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은데, 탄핵정국 이후 이어진 공석이 발주물량 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에서도 토목건설 수주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연간 토목공사 수주액은 △2020년 98억4000만달러 △2021년 62억2000만달러 △2022년 58억5000만달러 △2023년 19억달러 △2024년 17억2000만달러로 매년 감소 추세다.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 58억400만달러 가운데 토목은 4억6400만달러로 전체의 6%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단순 토목공사나 건축공사는 수익성 중심의 공사 참여 영향으로 분기별 수주액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입찰, 중대재해법 부담도 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분기 토목부문 신규 수주는 13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310억원 대비로도 58.1% 줄어든 규모다. 토목사업을 담당하는 시빌(Civil)사업부의 국내 수주잔고도 2조2240억원으로 전체 일감(24조5220억원)의 9.1%에 그친다. 최근 2~3년간 국내 토목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다. 

DL이앤씨도 최근 토목사업 다이어트에 나섰다. 신규 수주 규모가 지난해 1분기 285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660억원으로 4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토목 수주 감소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와 대형 사고 위험 노출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등 부담 가중을 꼽았다. 
▷관련기사: 신안산선 사고 실종자 사망…포스코이앤씨 "철저한 재발방지"(4월17일)
[단독]고속도로 붕괴사고 시공업체에 '도공 전관' 있었다(3월12일)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발주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공사비는 늘었는데, 저가입찰은 여전한 데다, 공사 기간도 길어 수익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 "주택사업 호황으로 수익 보전이 가능했던 과거에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주택사업도 선별수주에 나서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공사 기간이 긴 만큼 재무제표상 단기간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운 반면, 상대적으로 회사가 져야 할 부담은 장기간 가져가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저가 낙찰과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 공공공사 낙찰방식을 '최저가낙찰제'에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저가 투찰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공공공사 낙찰률은 현재도 80%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책정한 금액보다 80% 정도 수준의 가격에서 낙찰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공공공사비를 최고 6.5% 늘려주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관련기사 : 공공공사비 6.5%까지 늘려준다(2024년 12월23일) 

건설업계 관계자는 "토목공사는 공사 기간이 길어 예전에 수주한 것들을 계속해서 수행하는 곳들이 많은데 물가변동은 어느 정도 반영되지만, 수주 당시 애초 저가로 수주한 경우가 많아 진행하고 있는 공사들이 이미 손해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토목 수주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등 토목공사 현장 사고가 잦은데 건설 규모가 큰 만큼 사고 규모도 적지 않다"면서 "사고 발생 시 이미지 타격이 큰 데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부담도 수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경제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해 국내외 모두 전통적인 토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들어 정국이 안정화되면 발주물량이 늘어나며 시장이 조금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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