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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피하주사제형 변경기술 '약효·부작용' 잡을까

  • 2025.04.09(수) 08:00

정맥주사제 대비 비열등성 입증
기대했던 치료효과 개선은 아직

알테오젠의 기술로 변경한 피하주사제형이 정맥주사제형보다 환자 편의성뿐만 아니라 약효 및 부작용 등에서 더 나을까? 최근 피하주사제형 표적항암제가 정맥주사제보다 생존기간 등의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한 사례가 나오면서 알테오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알테오젠 측은 이러한 질문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확답을 내리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알테오젠의 제형변경 기술을 적용한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부터 확실한 임상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열등성 입증했지만

지난 7일 종가 기준 알테오젠의 주가는 33만5500원으로 머크가 유럽폐암학회에서 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의 임상 3상 초록을 공개하기 전날인 지난달 19일과 비교해 19.9% 하락했다. 초록을 발표한 지난달 20일에는 주가가 하루 동안 전일대비 10.9% 빠졌다.

지난달 20일 머크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제형 변경 플랫폼을 접목한 키트루다와 기존 정맥주사제형의 키트루다의 약효와 안전성 등을 각각 비교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피하주사제형 약물이 정맥주사제보다 약효와 안전성 면에서 비열등함(더 나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 임상에서 피하주사제형 키트루다는 정맥주사제형과 동등한 수준의 약효와 안전성을 나타냈다. 사실상 임상 평가지표를 충족한 것이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에서 알테오젠의 주가가 하락한 원인은 피하주사제형 키트루다의 약효와 부작용이 정맥주사제형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은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하주사제형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한껏 올라간 것은 유한양행의 파트너사 미국계 존슨앤드존슨의 임상 결과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5월 존슨앤드존슨은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제형과 유한양행의 '렉라자' 병용요법의 임상 3상 시험결과를 발표했다. 알테오젠과 같이 정맥주사를 활용한 병용요법 대비 피하주사제형의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여기서 존슨앤드존슨은 비열등성뿐만 아니라 피하주사제형을 통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어난 예상 밖의 결과를 확인했다. 피하주사제는 정맥주사제형이 가진 IRR(주입관련반응) 부작용도 약 5배 개선했다.

머크가 알테오젠의 기술로 개발한 피하주사제형의 키트루다는 임상에서 사망위험을 정맥주사보다 19% 낮췄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은 아니었다. 아직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 절반 이상이 생존하고 있는 등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경과를 파악할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은 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이 47.0%로 정맥주사 47.6%보다 소폭 더 낮았다. 하지만 경쟁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 피하주사제형 임상 결과와 비교해서는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당시 임상에서 옵디보 피하주사제형의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은 40.1%로 정맥주사보다 6.4%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개선효과 없어도 '오케이'

지난달 열린 알테오젠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피하주사제형 키트루다의 OS 개선 등의 치료효과 개선 여부를 묻는 주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회사 측은 제형변경 기술이 치료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확정적인 대답은 내놓지 않았다. 아직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박순재 대표는 "(머크가 진행한) 임상시험의 본질은 정맥주사 대비 피하주사제의 효력이 같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월함을 보여주려면 임상 디자인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간혹 항체치료제에 따라서 정맥주사제형에서 용량을 못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피하주사제형에선 용량을 더 올릴 수 있어 무진행생존기간이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알테오젠이 올해 기다리는 이벤트 중 하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엔허투' 피하주사제형의 임상 1상 결과이다. 엔허투는 우수한 약효로 블록버스터 약물 반열에 올랐으나 폐질환 관련 부작용이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장에선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기술이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개선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피하주사제형이 정맥주사제를 대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맥주사와 비교해 피하주사제는 1시간가량 걸리는 투약시간을 5분 내외로 줄여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약효와 부작용 개선은 피하주사제형의 점유율을 올리는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트루다 피하주세제형은 임상에서) 정맥주사제형과 동등성을 입증했으며 유효성, 부작용도 소폭 개선됐다"며 "경쟁약물인 로슈의 '티쎈트릭' 피하주사제형이 영국 출시 3분기 만에 32% 전환율을 달성한 점과 머크가 발표한 목표 대비 보수적 전환율을 적용하면 총 1조5700억원 마일스톤은 2027년 중으로 수령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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