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테오젠이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2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최근 불거진 특허분쟁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테오젠은 현재 파트너사인 머크를 통해 미국계 경쟁사인 할로자임의 제형변경기술에 대한 특허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17일 공시를 통해 영국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메드이뮨에 회사의 피하주사 제형변경 원천기술 'ALT-B4'를 총 계약금 13억5000만달러(1조96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이 중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4500만달러(610억원)에 달한다.
계약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세 개의 항암제 제품을 피하주사제형으로 개발하는 데 알테오젠의 원천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양사 간 협의로 두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 중 두 제품을 각각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 면역항암제인 '임핀지'와 '임주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경쟁사인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이 면역항암제의 제형을 피하주사로 변경하는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만 발을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하주사제는 정맥주사와 비교해 투약시간이 짧고 투여방법이 편리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약물의 특허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허 방어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번 계약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최근 알테오젠의 제형변경 원천기술 ALT-B4에 대한 특허분쟁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알테오젠의 파트너사인 머크는 미국 특허청에 피하주사제형 변경기술을 가진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할로자임을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향후 발생 가능한 분쟁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머크가 알테오젠의 제형변경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반발해 할로자임이 특허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알테오젠의 주가가 큰 폭 내리는 등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터진 아스트라제네카와 기술이전은 알테오젠의 특허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줬다. 아스트라제네가가 향후 특허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ALT-B4를 적용해 개발할 품목은 양사 간 협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빅파마들은 특허의 중요성을 알고 계약 과정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한다. 이번 계약이 특허 분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