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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이어 삼양홀딩스, 인적분할로 사업 재편한 이유

  • 2025.06.05(목) 13:00

바이오 사업 전문성에 따른 기업가치 'UP'
선택적 투자로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했는데 또 다른 기업 삼양홀딩스도 바이오팜그룹을 분할,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사업 쪼개기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기업가치 평가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가치 재평가 및 제고 위해 사업 분리

삼양홀딩스는 지난달 30일 바이오 사업을 하고 있는 삼양홀딩스 내 바이오팜그룹을 분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삼양홀딩스가 지난 2021년 4월 삼양바이오팜을 흡수합병한 지 4년만이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의약·바이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효율적인 조직운영과 관리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수익성은 제자리를 찾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됐다. 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삼양바이오팜의 기술력은 삼양홀딩스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삼양홀딩스의 사업부문은 크게 식품, 화학, 기타(의약·의료 등) 등으로 나뉜다. 매출 비중별로 화학 사업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50.6%, 식품이 42.6%를 차지했고 바이오팜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비록 삼양홀딩스 내 바이오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작지만 그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했고 mRNA(메신저 리보핵산)와 같은 핵산 기반 치료제 및 유전자 교정약물을 간, 폐, 비장 등의 다양한 조직의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 가능하게 하는 약물전달기술(DDS) 플랫폼도 자체 개발, 보유하고 있다.

또 고형암 7종, 혈액암 5종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바이오파마 엑설런스 어워드(KBEA)'에서 '가장 유망한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상'을 수상했다. 회사는 바이오팜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도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달 22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CDMO(위탁개발생산)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CDMO는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바이오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거나 바이오의약품에 사용되는 세포주나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한 의약품으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지만 생물학적 특성상 구조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안건이 오는 9월 16일 열릴 주총에서 통과되면 10월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고 같은달 29일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후 지배구조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는 이유는 CDMO 고객사들과의 이해충돌 문제가 가장 크다. CDMO 고객사와 경쟁 구도에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하면 글로벌 제약사들과 CDMO 파트너십 확대에 걸림돌이 해소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도 바이오시밀러와 향후 추진하는 신약 개발에 대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바이오젠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는 5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DS투자증권은 3년이 지난 현재 분할되는 에피스홀딩스의 기업 가치를 9.1조원으로 제시했다. 

새정부 의식한 '인적분할'

두 회사가 모두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으로 사업을 나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적 분할은 분할 회사가 신설 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다. 인적 분할은 분할된 회사의 주주가 신설 회사의 주식을 비례적으로 배정받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물적분할로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각각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한 것을 들 수 있다. SK케미칼도 2018년 백신 등 바이오 사업부문을 분리해 SK바이오사이언스로 물적분할, 상장한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인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의 주주 비율대로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주주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이 없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대기업의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만든 뒤 상장할 땐 기존 소액주주 등에게도 신주를 의무 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삼양홀딩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추진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입맛에 맞는 선택적 투자에 긍정적 영향

특히 투자자들의 선택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삼양홀딩스의 경우 식품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과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고, 화학 사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 및 기술 변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만 대규모 생산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통해 높은 기업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 사업은 기술력과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만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고 R&D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의 불확실성 등이 존재한다. 바이오 사업을 분할하면 신약 개발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의 투자 가치판단과 함께 신약 개발 자금 조달도 용이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특성이 전혀 다른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선택 및 집중 투자가 가능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외 CDMO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고객사 확대 및 재계약 불발 등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안정적 매출을 내는 반면 향후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을 수반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사업은 아직 바이오시밀러지만 현재 일본 다케다제약과 공동개발 중인 급성췌장염 치료제(SB26)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바이오 산업 분야의 다양성과 각기 다른 특성으로 사업 분할에 따른 투자자들의 선택적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은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주주 친화적인 분할 방식"이면서 "위탁생산,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생산, 바이오 신약 개발 등도 성장 가능성과 리스크에 따른 선택적 투자를 통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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