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에피스홀딩스 체제로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해충돌 부담에서 벗어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적극적인 R&D와 신사업 전개를 통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등이 새로운 상장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에피스홀딩스 자회사 '새출발'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적분할 절차에 따라 오는 10월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설립되면 삼성 바이오부문의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완전히 분리된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공동 출자를 통해 설립됐으며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인수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인적 분할로 3년만에 삼성에피스홀딩스 자회사로 새출발하게 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에서 유일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도 현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겸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고자 5년간 별도 상장도 하지 않는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수익구조는 자회사 관리 및 지원 수수료, 신기술 관련 투자 수익, 자회사 배당 수익 등이다. 당분간은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수료가 핵심 수입원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오롯이 삼성에피스홀딩스 사업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추진하는 ①바이오기술플랫폼 구축, ②바이오산업 관련 신사업, ③M&A 및 벤처투자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그룹 차원의 출자 등이 없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이해충돌의 문제로 분리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들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와의 분할 비율을 약 65대 35다. 이를 현 시가총액에 반영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는 약 50조원,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가치는 27조원이 된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로 인한) 27조원의 가치는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신설 법인의 가치를 인정 받기위해서는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및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 충돌 해소' 기회…글로벌 바이오시밀러 확장
이번 인적 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의약품위탁개발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면서 제기된 이해 충돌 문제의 해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이해 충돌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신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큰 기회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의 존재로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장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대외에 언급하기 어렵고, 실적 성장성 및 수익성 증가에도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던 점에서 이번 분할결정은 양사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11종의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며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매출 1조 5377억원과 영업이익 4354억원의 창사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006억원과 영업이익 1280억원을 기록하며 성과를 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추진하는 신사업과는 별개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신약의 특허 만료가 이어지는 만큼 글로벌 허가 바이오시밀러를 20종까지 확대하고 직접 판매, 글로벌 파트너십을 병행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단일 항체 중심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PD-1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번 구조 개편을 큰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경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해 상충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신약개발 회사로 중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다년간 시밀러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체 연구개발 역량과 미래 사업 발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신약개발 회사로 포지셔닝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