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일반주주 이익을 보호하면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점에 힘을 실었다.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 저평가된 주식에 페널티를 부과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새정부에서도 일반주주 이익 강화 등 주주환원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보험업계에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PBR 1배 미만인 상장 보험사가 대부분인데다 건전성 지표 유지를 위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도 부족한 탓이다. 신사업 확장 등 성장동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의 고충이 깊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PBR 1배 안 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주 이익 보호를 강조했다. 상법개정안 재추진이 대표적이다. 상장사 오너 일가보다 일반주주 이익을 높이도록 하면 주가지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가 필요한 최대 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 사라져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PBR이 낮은 상장사는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PBR 1배 미만인 상장사들은 해당 기업의 순자산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PBR이 1배 미만으로 대표적인 저평가 주식은 금융주(금융지주·보험사)가 꼽힌다. 이전 정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당시 금융주들이 주목받았던 것도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어 밸류업을 통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던 까닭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도 금융주들의 PBR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상장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PBR은 평균 0.53배 수준이다.
상장 보험사들 중에는 삼성화재(1.16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0.6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당 주도로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일괄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이들 역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이다.
킥스 유지도 버거워…주주환원 여력 부족
PBR 1배 미만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금융지주와 보험사들 처지가 비슷하다. 자산 규모는 크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경우 금융당국 관리 아래 신사업 확장이 제한적이고 다수의 규제에 묶여 있어 성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전부터 주가 상승을 위해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분기 균등배당 등 주주환원 불확실성을 없애고 중장기적인 주주환원율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IR 활동에 나서고, 비은행 계열사 인수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주주환원 기준으로 삼고 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주가를 끌어올릴 여력이 부족하다. 신사업 확장과 주주환원은커녕 재무 건전성 지표를 금융당국 권고 수준에 맞추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150%를 권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사업에 나서기도 어렵고 현재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등 회계제도 변경 등으로 배당 여력도 줄어든 상황이라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렵다"라며 "새정부 출범으로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사들도 주가 상승을 위해 고민하겠지만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수익성도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킥스 비율 유지도 어려운데다 기본자본 킥스 도입도 예정돼 있다"며 "보험사들의 주가를 올리려면 주주환원 뿐인데 단기적으로 배당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