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다시 1년 유예했다. 금감원은 당장 한시름 놨으나 재정경제부에서 '공공기관 이상'의 관리·감독 강화를 예고하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조건부 유보인 만큼 정원·조직, 공시, 예산, 복리후생 관련 규율이 강화될 것으로 예고돼 추가적인 인력 유출이나, 인재 영입 어려움 등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조직·예산 통제 강화…업추비 세부내역도 공개
재경부는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 유보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현행 관리·감독체계와 중첩돼 자칫 금융감독업무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그동안 금감원의 권한 행사 적정성 논란, 불투명한 경영관리 등이 지적돼 온 만큼 운영 및 업무 전반의 공공성·투명성이 제고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정원·조직, 공시, 예산·복리후생 등 경영관리 측면에서 공공기관 이상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연내 정원조정과 조직개편 시 금융위와 협의를 명시화하고, 그동안 깜깜이 논란이 일었던 금감원장 업무추진비 세부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또한 ESG 항목을 추가해 이 같은 내용들을 알리오(ALIO,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복리후생 규율 항목도 확대한다. 검사·제제 절차 등 금융감독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도 충실히 이행토록 했다.
구체적인 세부사안들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논의를 거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사안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금감원과 검토해 필요한 내용들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승진·연봉 묶여 '전문직 이탈' 가속 우려
문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주기적으로 이어져 오면서 유예의 대가인 '조건부 규제'들이 중첩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2018년 금감원은 유예조건으로 5년 내 3급 이상 상위직급 비중을 45%에서 35% 감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금융위의 예산 심의와 경영 평가도 공공기관 수준으로 강화됐다. 2021년에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경영실적 평가 시 계량지표 비중을 30%대에서 40%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비롯해 해외사무소 일부 폐쇄와 고위직 감축을 요구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한때 높은 연봉과 안정성 등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고강도 경영통제가 계속되면서 인력 유출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상위직급 수 제한과 평균 연봉이 공공기관 인상률 가이드라인에 묶여 몇 년째 정체되는 데다 금융사와의 임금 격차 확대, 정치권 외풍, 업무 강도 강화 등이 이유다.
실제 금감원 정규직 인력은 지난해 2392명으로 전년 대비 23명 줄었다. 직원 1인당 평균연봉과 근속연수도 하향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2023년 1억1061억원에서 2024년 1억852억원, 지난해에는 1억584억원(성과상여금 제외)으로 줄었다.
근속연수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0년 15.74년이던 근속연수는 지난해 12.14년으로 5년 새 22.9% 줄었다. 특히 최근 실무자인 '허리급' 직원들의 이탈이 커지면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 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통과한 금감원 퇴직자는 총 50명, 이 중 팀장 및 수석조사역, 선임조사역인 3·4급이 27명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실무자급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민간 금융사와 보수격차가 벌어지는 데다 임금대비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실무인력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직 세부 내용(조건)은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 이탈이 계속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규직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우수인력들은 그만큼 처우가 중요하다"면서 "급여, 복지 등 처우가 계속 줄어들면서 신입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향후 추가 인력 영입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 신규직원 채용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2023년 214명에서 2024년 213명, 지난해에는 85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앞으로 인력을 1명을 늘리거나 팀 단위 조직을 개편할 때도 금융위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이 확대될 경우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한데 추가로 금융위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를들어 특사경 업무로 50명이 필요하면 사유를 정해서 논의 후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이 인력들을 다른 업무에 활용할 수 없게 돼 있어 인력 활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세 원장' 조건 완화에 힘 발휘할까?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방패막이 없이도 공공기관 지정을 막아낸 이찬진 금감원장을 '실세 원장'으로 보는 시각이 굳어지면서 세부 조건 협의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공공기관 지정을 피한 점에서 한시름 놨다"면서 "세부안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원장님께)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내에서도 사실상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원하지 않는 만큼 원만한 수준에서의 협의점을 도출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관리·감독 및 통제권을 재경부와 나눠야 하는데, 실상 통제권을 나눠 갖기보다 재경부에 빼앗길 수 있어 금융위 역시 공공기관 지정에 불편한 속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