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당국의 고강도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고려아연의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뜻밖의 논쟁에 휘말렸다. 신주 발행가격에 적용한 할인율이 자본시장법상 허용 한도인 10%를 넘었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논란의 출발점은 고려아연이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약 2조850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법인 크루서블 조인트벤처(JV)를 대상으로 신주 발행가액을 주당 877.94달러로 정하고, 직전 영업일인 12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1469.50원)을 적용해 원화 기준 발행가액을 129만133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기준주가(142만9787원) 대비 약 9.77% 할인한 가격이었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있었던 이달 24일 하루에만 환율이 30원 넘게 떨어졌고, 실제 납입일인 26일 기준 매매기준율은 1460.60원까지 내려왔다. 이를 적용하면 주당 발행가액은 약 128만2000원으로 낮아지며,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은 10%를 소폭 웃돌게 된다.
이 때문에 발행가액과 할인율을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사회 결의 시점에 발행 조건이 확정됐다고 볼 것인지, 실제 자금이 유입된 납입일을 기준으로 발행가액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납입일 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발행가액이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하한선에 미달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할인율을 기준주가 대비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신주인수권이 배제되는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영풍 관계자는 “이사회가 환율 변동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외화 납입을 고집함으로써 이사회에서 결의한 내용과 실제 유상증자 금액이 달라졌다”며 “납입자본금에 부족이 생기기도 해 기존 주주들에게 그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어 조속히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영풍 측은 "자본시장법의 발행가액 규제를 위반한 이번 신주 발행은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 측에서 이사회 결의, 정정공시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빨리 이 문제를 적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할인율을 납입 시점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발행가액을 확정한 시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달러 기준으로 발행 조건이 확정돼 진행된 만큼, 이후 환율 변동을 반영해 할인율을 다시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29일 반박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가 신주 발행가액을 미국 달러로 확정해 신주의 수량을 확정했고, 발행총액도 이사회 결의 시점에 미국 달러로 확정됐다”며 “할인율은 이사회 결의 이후의 환율 변동에 따라 사후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향후 절차는 달라질 수 있다. 당국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정공시나 추가적인 이사회 결의가 필요할 수 있고, 판단 수위에 따라서는 유상증자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사회 결의 이후 환율 변동으로 할인율이 법정 한도를 넘는 경우에 대한 명확한 판단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는 “발행가액이나 기준주가 산정은 통상 이사회 결의 전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이후 환율 변동으로 할인율이 법정 한도를 넘는 경우는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 변동이 아닌 환율 변동으로 법정 한도를 넘어간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영풍 측의 주장대로 발행공시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일반주주 피해 여부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