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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워치]로봇 열풍인데...해성에어로보틱스 ‘헐값 매각’ 배경은

  • 2026.02.09(월) 13:30

칸에스티엔, 로봇 밸류체인 확장 위한 M&A
주당 8500원에 매각, 시가 대비 58% 불과해
주가 급등에도 재협상 생략, ‘거래 종결’에 방점

시장에서는 '금값'인데 계약서에는 '헐값'으로 기록됐다. 로봇 감속기 전문기업 해성에어로보틱스가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시가 대비 60% 가까운 기록적인 할인율로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가는 1만원대를 돌파했지만 정작 대주주는 주당 8500원에 도장을 찍은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최근의 주가 상승을 ‘거품’으로 규정한 매도자와 인수자 측의 냉정한 속사정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LP가 주도한 로봇 M&A…운용사 뒷배로 자금력 확보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해성에어로보틱스의 최대주주 티피씨글로벌은 최근 보유 중인 경영권 지분 365만3336주(32.72%)를 전량 매각하기로 하고 ‘케이로봇 밸류체인 신기술 코어펀드 1호’와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8500원, 총 311억원 규모다. 지난달 23일에 계약금 31억원이 오갔고, 남은 279억원은 다음 달 20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의 실질적 주체는 출자자(LP)로 참여한 기계부품 제조기업 '칸에스티엔'이다.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로봇 사업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거래를 주도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소재 자산운용사 S사가 로봇 산업 확장성에 주목해 칸에스티엔 측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칸에스티엔은 1993년 설립 이후 정밀 기계부품 가공 분야에서 내실을 다져온 제조 기업이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중인 코스닥 상장사 아이로보틱스의 실질적 주인이기도 하다. 이번 해성에어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단순 부품사를 넘어 로봇 밸류체인을 완성할 실무형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펀드의 대표 조합원은 제이케이벤처스케이피프라이빗에쿼티가 맡았다. 이 가운데 제이케이벤처스는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다만 한울앤제주는 이번 거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가치vs시장 가격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해성에어로보틱스 주식 인수 가격이다. 주당 8500원이란 금액이 시장가격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날인 1월 22일 종가(2만250원)와 단순 비교해 58% 낮게 책정됐다. 최근 1개월 평균 종가에 비해서도 24.8% 낮은 수준이다. M&A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20~30%의 웃돈이 얹혀지는 관행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건이다.

다만 매도자 측은 이번 매각가를 단순 헐값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가격 산정 시점과 주가 급등기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티피씨글로벌 관계자는 “가격은 협상 단계에서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계약 이후 주가가 상승했지만, 이를 거래 조건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해성에어로보틱스 주가는 지난해 9월까지 8000원 선을 넘지 못했다. 본격적인 상승세는 M&A 협상이 시작된 3분기 이후부터였다. 지난해 10월 1일 6810원이던 주가는 두 달여 만에 40% 가까이 올라 12월 말 9500원에 안착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계약 체결 전날에는 2만원을 넘어섰다.

외부평가기관의 의견서를 살펴보면 주당 8500원이라는 매각가의 실체가 더욱 선명해진다. 계약 체결 전날인 지난달 22일 기준 시장의 실제 거래 규모를 반영한 최근 1개월 평균 주가는 1만3871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약 체결을 앞둔 마지막 일주일 평균은 1만6949원으로 급등했고, 당일 종가는 2만250원을 찍었다. 한 달 평균치보다 무려 46%나 비싸진 '오버슈팅' 구간에서 경영권 지분 양수도 단가가 확정된 셈이다.

해성에어로보틱스의 기준시가의 산정내역/사진=금융감독원

이 같은 수직 상승은 산술적으로 도출되는 기준가격을 1만7023원이라는 비현실적 고점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협상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당시 주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이다.

외부평가기관 미성회계법인은 “가격 평가 기준일 전후로 종가와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기준시가가 평균적인 주가보다 과도하게 높게 산정됐다”며 “시장 가격이 기업의 적정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가격보다 종결…냉정한 엑시트

이 지점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이번 거래가 M&A 업계의 통상적인 관행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실사 도중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자는 '몸값 재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기 마련이고, 인수자 역시 높아진 부담을 이유로 협상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거래가 지연되거나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흔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최근의 주가 급등이 협상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모양새다. 로봇주 열풍으로 주가가 치솟는 동안에도 실제 계약은 주당 8500원을 기준으로 그대로 진행됐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를 기업의 내재가치 변화로 보기보단 단기적인 수급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매도자인 티피씨글로벌이 신속한 자금 회수를 우선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가 급등을 근거로 재협상을 요구하며 거래를 지연시키기보다는 이미 합의된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티피씨글로벌이 해성에어로보틱스 매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티피씨글로벌은 2024년 2월에도 해성에어로보틱스(당시 해성티피씨) 지분 33.83%를 ‘그린월드 외 4곳’에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원매자 측의 잔금 미지급으로 거래가 무산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어느 단계인지가 중요하지만 M&A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할 경우 매도자 측에서 가격 재조정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계약이 원안대로 진행됐다는 것은 양측 모두 가격보다 거래 종결에 더 큰 무게를 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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