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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RIA 계좌...서학개미 시큰둥, 증권사는 머쓱

  • 2026.02.20(금) 17:00

3월 시행도 난관, 1분기 복귀 기준 수정 불가피
증권사들 발빠르게 RIA 홍보하다 과열 양상도
기대보다 적은 혜택, 서학개미 유턴 기대감 낮아

정부가 환율 방어책으로 내 놓은 서학개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가 두 달이 지나도록 표류중이다.

당초 1월 중 입법, 2월 임시국회 처리 후 2월 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1월 중 의원입법을 통한 법안발의만 겨우 진행됐고, 국회 심의절차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정책 시행 시점이 늦어지면서, 환율방어라는 정책목표와도 멀어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정책의 수용자인 투자자들은 정확히 언제부터 어떻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중간에서 계좌를 개설, 운영해야하는 증권사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발빠르게 계좌개설 오픈 이벤트도 진행해봤지만, 존재하지 않은 계좌를 홍보한 꼴이 됐다.환율 잡겠다고 만드는 계좌

RIA계좌는 지난해 12월 24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자 정부가 '007작전'을 하듯 다급히 꺼낸 카드다.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만 대상으로 하며, 특히 올해 1분기 중에 해당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주식에 투자(복귀)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하고, 2분기 중에 복귀하면 80% 감면, 하반기 중 복귀시 50% 감면하는 등 혜택을 차등적용하도록 설계했다.

정책 수혜 대상이 되기 위한 해외주식 보유시점, 국내 복귀시점이 세밀하고 명확하게 구분돼 있기 때문에 정책 시행시점이 미뤄지면 제도 설계를 다시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 1월 23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RIA 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보면, 2026년 1월 1일~3월 31일까지 RIA를 통해 양도한 경우 양소소득의 100%, 올해 4월 1일~6월30일까지 양도한 경우 양도소득의 80%, 7월 1일~12월 31일까지 양도하면 양도소득 50%를 공제한다.

이 법안이 3월 내에 국회를 넘지 못하면 100% 감면 대상이 되는 복귀 시점 규정을 뒤로 늦추는 등 법안 수정이 불가피하다. 80%, 50% 감면대상이 되는 시점 역시 순연해야 할 수 있다. 

현재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접수만 돼 있을 뿐 법안심사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재경위 관계자는 "아직 법안 심의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2월에 법안심의를 마치기는 어렵고, 3월 임시국회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상황도 여의치 않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국민의힘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를 거부하는 등 여야대립이 커진 상황이다.없는 계좌 놓고 이벤트 한 증권사들

RIA 계좌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야하는 증권사들도 답답한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3월에 시행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RIA계좌를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법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실행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RIA시스템 구축과 내부 테스트는 상당부분 완료된 상황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RIA 계좌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늦어도 3월부터는 계좌개설이 시작될 것이란 가정 하에 진행한 이벤트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26일부터 RIA 알림과 사전신청자 3만명에게 5000원~10만원의 현금리워드를 지급하겠다고 했고, 2월 들어서는 KB증권이 선착순 2만명에게 국내주식쿠폰 1만원, 대신증권은 6000명에게 햄버거기프티콘, 한국투자증권은 5만명에게 커피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KB증권은 일부 추첨을 통해 순금10돈을 지급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아이패드미니를 제공하는 등 고가 이벤트도 등장했다.

급기야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가 나서 증권사들의 RIA 이벤트 자제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계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출시될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좌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투자광고로 오인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투자광고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필수 기재사항과 약관 등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 법안이 실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필수기재사항을 마련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증권사들에게는 계좌 개설을 유도하기보다는 RIA제도 도입의 취지를 잘 알리는 방향으로 홍보내용을 조절해달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계좌개설 이벤트는 RIA 오픈 알림신청 이벤트로 변경됐지만, 증권사들의 RIA 홍보효과는 상당부분 퇴색한 상황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의 이벤트가 끝났거나 2월 중 이벤트가 끝날 예정이다. 출시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품의 홍보 이벤트가 진행됐고, 그마저도 상품이 나오기 전에 끝난 셈이다.기대보다 적은 세제혜택, 국내 복귀 기대감도 낮아

RIA도입이 늦어지면서 국내주식으로 복귀하려는 서학개미들의 숫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는 48억달러로 지난해 12월 15억5000만달러보다 3.1배 많았다. 특히 2월 첫주 해외주식 순매수는 32억달러로 월 환산 100억달러 수준에 달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 계좌 도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2월 중 도입이 불투명해졌다"며 "해외주식의 기조적인 선호는 여전하며, 브레이크 없는 해외주식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설계상 양도소득세 혜택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평가도 서학개미들을 망설이게 한다.

RIA의 양도세 감면액을 결정하는 요소가 양도차익이 아니라 해외주식 매도금액에 있기 때문이다. RIA는 해외주식 매도금액을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만 감면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는데, 5000만원어치를 팔았더라도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4000만원의 차익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100만원의 차익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양도차익이 얼마이든 매도액 기준 5000만원까지만 혜택 대상이 된다.

기존에도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는 공제혜택이 있기 때문에 5000만원 매도시 250만원을 훨씬 웃도는 차익이 있는 경우에만 RIA 유인효과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해외주식 매도액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한 후 1년 이상 의무보유해야하는 요건도 부담이다. 국내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면서 1년 이상 해당 계좌에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 예정대로 1분기 내에 복귀한 경우 2027년 3월말까지 보유해야 하고, 상반기 내 복귀한 경우 2027년 6월말까지 보유해야 한다. 양도세는 그에 앞선 5월에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았는데 중도에 국내주식 등을 처분하고 자금을 빼면 사후추징을 당하게 된다. 

증권사 세무자문을 담당하는 한 세무사는 "매도액 5000만원 내에서 양도차익이 최대한 크게 발생하는 경우에만 RIA 유인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100% 감면대상이 되더라도 미국시장 투자를 포기하고 복귀할 만큼의 세제유인 효과를 느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서학개미의 외환투자를 국내로 복귀시켜서 환율을 잡겠다는 정책인데, 서학개미들이 많이 활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증권사들 대부분 해외주식 고객들이 있으니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RIA 계좌개설은 준비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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