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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제련소' 법원 문턱 넘었다…'지분 싸움' 향방은?

  • 2025.12.24(수) 15:48

법원, 고려아연 제3자배정 증자 금지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지분 10.59%로 美제련소 기반 마련
백기사 마련한 최윤범…내년 이사회 장악 유력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2조850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미국이라는 전략광물 주요 시장에 거점을 확보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을 수성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 손 들어준 법원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고려아연은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위한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증자를 결정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이날 이사회를 통해 미국 내 제련소 건설 투자 방안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 내 제련소 건설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2조850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신주220만9716주를 발행해 이 합작법인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이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 10.59%를 갖게 된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중인 MBK-영풍 연합 측은 이번 증자에 반대했다. 미국 투자 계획에는 동의하지만 자금 조달 방안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이뤄지면서 대주주인 자신들의 지분률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 MBK-영풍 측이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이날 법원이 이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미국 투자 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이번 투자 계획 수립이 경영권 방어보다는 회사의 정상적인 투자 계획에 따른 것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로도 결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략광물이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가지는 중요도를 고려했을 때 국가 경제 차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이 사건 거래는 미국의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한민국과 미국 간 협력 강화, 채무자의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처 확보 등을 목적으로 추진된 거래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정부 입장에선 이 사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 역시 이 사건 합작법인을 통해 채무자의 지분을 확보해 미국 정부와 채무자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미국 정부의 요구 하에 이 사건 신주발행을 포함한 이 사건 거래의 구조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 제련소 투자 '속도'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순항하게 되면 고려아연은 미국이라는 초대형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한 층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단계적인 공장 가동 및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모든 계획이 완료되면 연간 약 54만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되는 품목은 아연, 연, 동, 금, 은,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듐,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산업용 기초금속과 귀금속, 전략광물 등이 총망라된다. 

생산된 광물들은 미국의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에 골고루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만큼 수요 기반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생산 예정 광물들은 데이터센터, AI 등에 필요한 원재료들로 전략광물의 밸류체인 다변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니즈와 합치"라며 "제련소 생산 광물들의 미국 수입의존도는 대부분 높아 미국 내 판매는 원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 제련소 투자 성과는 가격 수준, 차입 자금 금리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미국 공급망 밸류체인에 참여했기 때문에 판매의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봤다.

최윤범 측 '백기사'될까 

고려아연은 이번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을 수성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측은 4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였지만, 자회사와 상호출자 구조 형성으로 인한 의결권 제한 등 영향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MBK-영풍 측은 최근까지 지분을 44.24%까지 늘리며 내년엔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고려아연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합작법인에 지분 10.59%를 넘겨주면서 이 지분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달라지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합작법인 추진한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과 우호지분의 비중은 39%가량에서 45%까지 올라간다. 반면 MBK-영풍 측의 지분은 신주발행으로 희석돼 43% 가량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신주발행 일자는 오는 26일로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이뤄져 당장 내년 주주총회에 최윤범 회장 측의 이사회 장악이 더욱 확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합작법인은 최윤범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봐야 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미국이라는 새로운 백기사를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더욱 확고하게 수성할 수 있게 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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