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고려아연 美 제련소 운명 가를 법원 판단 임박…쟁점 모아보니

  • 2025.12.22(월) 09:10

법원, 영풍 제기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 결과 주중 발표
신주발행 명분·투자설계·안보·정부지원·MBK 등 쟁점 多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구축 투자를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투자를 하기 위해 세우는 합작법인에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발행해 10%가량을 넘겨주는 것이 쟁점이다. 10% 지분에 따라 긱 진영의 우호지분율이 변동하며 경영권 분쟁 향방이 바뀔 수 있어서다. 

영풍-MBK 측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고려아연의 신주발행 기일이 26일로 예정되면서 법원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고려아연이 내세우는 투자 명분과 국가 차원의 자원 전략, 영풍 측이 주장하는 주주가치 훼손, MBK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르면 내일(23일)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제지하기 위해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쟁점① 지분 10%의 명분

고려아연은 이번 미국 제련소 건축을 위해 미국 정부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고려아연의 지분을 더 찍어 이 합작법인에 10%가량의 지분을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이다.

전략광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안보적 요인과 이를 좌지우지 하는 미국 정부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미국의 자금과 시장 접근성 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거다. 영풍-MBK 측은 이 결정에서 대주주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일단 신주 발행 등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 아닌 이사회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상법 416조에 따르면 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할 때 발행하는 주식 수, 가격, 배정 방법 등은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는 한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다고 해놨다.

기업이 급박하게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다.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배정하기 위해서는 정관 상 근거를 마련하고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능하다. 표면적으로는 고려아연의 이번 결정에 '명분'은 있다. 

문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경영권 분쟁 중이란 점이다. 이번에 미국 신규 합작법인에 넘어가는 10% 지분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존 주주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회사의 판단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영풍-MBK 측의 입장이다. 특히 법원이 이번 미국 투자의 명분이 '경영상 목적' 보다는 '우호지분 확보'의 수단이라는 판단이 들어가게 될 경우 신주 발행을 금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앞서 고려아연 측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금융감독원이 이를 곧장 제지했던 것과 비슷하다. 회사가 내세운 경영상 목적보다는 유상증자로 인한 시장왜곡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보고 제동을 걸었던 만큼 고려아연이 내세운 명분과 당국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도입 등 주주 모두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현재 정책 방향에서 고려아연의 주장에 힘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신주발행 시점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즉시 활용 가능한 26일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라며 "주주 우선주의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사례가 될 요인도 있다"고 짚었다. 

쟁점② 복잡한 투자 설계 구조

이번에 고려아연이 10% 지분을 미국 정부와의 합작 법인에 넘길 경우 상호주 출자 구조가 형성된다. 미국 정부·고려아연→합작법인→고려아연 출자 구조다. 

상법상 상호주 출자 구조가 형성된 경우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이 호주의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의 의결권을 이 같은 이유로 제한시켜 경영권 수성에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역시 이를 인지하고 합작법인 지분 9.9%만을 보유하기로 했다. 1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상호주 출자 제한에 걸리지 않아 의결권이 확보된다. 

문제는 합작법인의 지분 9.9%만을 가져가는데 비해 고려아연이 지는 재무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투자금 자체는 미국 정부를 주축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하지만 상환 등에 대한 책임은 고려아연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모르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는 고려아연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보증을 고려아연이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라며 "책임은 강한데 정작 현지 법인의 지분은 의결권 제한 때문에 9.9%밖에 소유하지 않는 구조 역시 법원이 집중해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쟁점③ 이례적인 투자 방식…관건은 '국가'

법원에서 따져볼 또 하나의 요인은 미국 합작법인에 왜 고려아연의 지분을 넘기느냐다. 통상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 기업 등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경우는 매우 흔하지만, 이 합작법인 지분이 아닌 본사 지분을 나눠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다.

고려아연 측 입장은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주주들의 지분 희석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해야 하는 핵심 논리다. 

다만 그간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하면서 세운 법인과 파트너 등에 본사의 지분을 넘긴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은 법원이 고려해볼 요소로 꼽힌다. 미국 사업을 위해 굳이 국내 지분을 건드릴 필요가 있냐는 점을 살펴볼 여지가 높다. 

이 논의의 향방을 가를 요인은 '안보'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이라는 안보 차원의 제품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과거 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쪽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국가 경제 및 안보와 연관이 있어서였다.

지난 2020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의 경영권을 두고 KCGI와 경영권 분쟁을 할 당시 제3자인 산업은행에 유상증자를 허용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 일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달된 자금을 통해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항공산업 구조조정이라는 국가적 과제 및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한다고 봤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 한진칼의 경우 제3자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었기 때문에 공적인 요인이 적용된 점은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표면에 나와있지만 실제 투자 대상은 어느 사모펀드가 될 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공적요인이 다소 배제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법원이 전략광물에 대한 안보 중요성 및 미국 내 거점이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볼 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쟁점④ 한미 정부의 지원사격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 역시도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직접 투자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직접 긍정적이라고 답변하면서다. 

김정관 장관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8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었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희토류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주무장관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법원이 사법적 차원에서 독립성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의 지원 사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미국 정부와 우리나라 관계부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쟁점⑤ 'MBK'

마지막 쟁점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 MBK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구조조정, 롯데카드 개인신용정보 유출 등 MBK가 주요 주주로 올라가 있는 곳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왔고 MBK라는 곳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MBK의 투자 활동의 전반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MBK가 경영권 분쟁에 나서 단기 수익만을 좇아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까지 나온다. MBK 대한 비판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번 사안을 기각 시킨다면 사법부가 MBK의 편을 들어줬다는 다소 치우친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여론에 휘둘리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인 상황을 완전히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것"이라며"결국 MBK가 그간 경영상 결정 및 회사의 문제 발생 과정에서 생긴 사후처리가 이번 사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