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대대적 구조 정비에 나섰다. 그동안 동전주와 부실기업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실제 퇴출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상장폐지 개편은 그간 미뤄졌던 정비 작업을 본격화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안팎에서는 늦은 감은 있지만 필요한 방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시장 정비 효과 외 실질적인 지수 반등과는 별개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최대 135개 동전주 퇴출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은 동전주 퇴출 요건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오는 7월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상장폐지 대상이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우선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간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진작 했어야 했는데 늦은 측면이 있다"며 "동전주 문제는 제가 25년 전 사무관 시절에도 있었던 고질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기준 도입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동맥경화를 해소해야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우량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동전주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2년 상장폐지 조건 완화 이후 상장폐지 종목 수는 감소했지만, 퇴출이 지연되면서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동전주의 수와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1년 57개로 코스닥 전체 3.7%를 차지하던 동전주는 2024년 191개로 10.7%까지 늘었다. 올해는 정책 발표 전일(11일)을 기준으로 166개(9.1%)가 존재한다. 동전주 중 27개(16.3%)는 관리종목, 28개(16.9%)는 투자주의환기종목이다.
한국거래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형식적 요건과 실질심사 요건을 포함해 연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100~220개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동전주 요건에 해당하는 종목은 18~135개로 추정된다.
액면병합 우회 차단…"주가 변동성 커질 수도"
금융당국은 액면병합을 통한 우회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했다.
다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일부 종목의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기준 동전주 166개 가운데 종가가 액면가를 넘지 못한 종목은 26개"라며 "액면병합 이후에도 액면가를 밑돌면 상장폐지되는 구조인 만큼 상장폐지 회피를 위한 주가 부양 기대가 단기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유상증자나 소액주주 동원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종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동전주 퇴출이 우량 기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권대영 부위원장은 "주가는 낮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IPO 당시 수천억원이던 시총이 수백억원대로 급감하고 액면가 미만 주가로 장기간 방치된 기업들은 거래량도 적고 변동성만 커진다"며 "이런 부실 상장 기업을 정리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지수 회복은 결국 '기업 체질 개선'
금융위는 이번 개편이 시장 신뢰 회복을 통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개별 기업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시장이 신뢰를 얻고 건전해지면 지금보다는 지수가 많이 오를 것"이라며 "시장이 깨끗해지면 그 결과가 주가지수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도 이번 상장폐지 개편안이 코스닥 시장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 시장은 기업 수가 많아 공급이 과도한 반면 투자자는 한정돼 있어 매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부실기업을 솎아내면 시장이 보다 매력적인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며 "부실기업 위주로 이뤄져 있던 시장에서 이를 정리하면 투자 대상 기업 수가 한정되고, 좋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수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 시장을 정리하는 의미는 있지만, 지수 상승을 이끌 핵심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상장폐지 기업을 늘리는 것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조치는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는 결국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곱으로 결정된다"며 "기업 이익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이익이 개선될 수 있는 구조적 지원책이 함께 마련돼야 체질 개선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이번 방안은 수급이나 퇴출 정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연구개발 세액공제 같은 실질적인 성장 동력 강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연기금이 일정 부분 코스닥을 의무적으로 편입하도록 한다든지, 연구개발 세액공제처럼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