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서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 손질에 나섰다.
11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은 38건으로 2023년 8건, 2024년 20건 대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코스닥은 1353개사가 신규 상장한 반면 415개사만 퇴출되며 '다산소사' 구조가 지속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8.6배 늘었지만 지수 상승폭은 1.6배에 그쳤다. 코스피가 시총 6.7배 지수 3.8배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정부는 코스닥을 혁신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상장심사와 상장폐지 제도를 재설계했다. 이번 개편은 △집중관리기간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효율화 등 세 축으로 이뤄진다.
우선 거래소는 이달부터 2027년 7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코스닥본부 산하에 전담 4개팀 20명 규모의 집중관리단을 구성해 상장폐지 심사를 밀착 관리한다. 올해 거래소 경영평가에서 코스닥본부에 상장폐지 실적 가중치 20%를 부여해 성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이날 열린 '상장폐지 개혁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집중관리단장을 맡은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이사장은 "집중관리단은 퇴출 관련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실질심사 과정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기업들이 약속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또 기업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집중관리반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총 기준 조기 상향·동전주 퇴출 신설
상장폐지 요건도 크게 네 가지 축에서 강화한다. 먼저 시가총액 기준 상향 일정을 앞당긴다. 시가총액 기준은 당초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상향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026년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앞당긴다.
일시적 주가 부양으로 상장폐지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세부 기준도 바꾼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 미달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또는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충족하면 퇴출을 면할 수 있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이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특정 며칠만 주가를 유지하면 퇴출을 면할 수 있어 악용 사례가 있었지만 45일 연속 기준을 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조직적인 불법 행위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상장폐지 기준 중 매출 요건은 제외됐다. 올해 매출 요건 기준은 30억원, 내년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권 부위원장은 "매출액은 단기간 자구 노력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장 평가의 핵심인 시가총액과 주가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나스닥과 비교해 기준이 강하다는 지적에는 "기계적 비교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참조해 부실 기업을 신속·조기 정리하기 위한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을 통해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기준도 신설한다. 오는 7월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상장폐지 대상으로 포함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한다. 액면병합을 통한 우회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도 요건에 포함했다.
권 부위원장은 동전주 퇴출이 우량 기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주가는 낮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IPO 당시 수천억원이던 시총이 수백억원대로 급감하고 액면가 미만 주가로 장기간 방치된 기업들은 거래량도 적고 변동성만 커진다"며 "이런 부실 상장 기업을 정리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사유였으나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대상으로 확대한다. 공시위반 기준 역시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추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한다.
상장폐지 절차도 단축한다. 코스닥 실질심사 시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을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가처분 소송으로 퇴출이 지연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법원과 협의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집중관리기간을 오늘부터 바로 가동한다. 한국거래소 규정개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절차 효율화는 4월 1일부터, 시가총액·동전주 등 4대 요건 강화는 7월 1일부터 적용한다. 제도 강화 과정에서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장 감시도 함께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을 적용하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약 150개사 내외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 50개사보다 100여개 늘어난 수준이다.
권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늦은 측면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진작 했어야 했는데 늦은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동맥경화를 해소해야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우량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기업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었고 이번 정부 들어 부실 기업 퇴출에 대해 6개월 이상 예고하며 시간을 드렸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주목받는 시기에 시장을 깨끗이 정리하고 가는 것이 자본시장의 먼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