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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장들 벌벌 떤 '채용비리' 8년 만에 일단락

  • 2026.01.29(목) 14:40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끝으로 관계자 모두 판결
부정채용 법상 정의 없어 처벌 근거 여전히 미흡
블라인드 채용 도입 계기…채용 과정 한계 지적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약 8년을 이어온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공정성 및 신뢰 훼손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은행들 입장에선 논란이 매듭지어지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선 채용비리를 처벌할 근거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에서 법적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채용비리 사태 이후 금융권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한 점이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오는 동시에 적용 범위(서류전형에서 면접까지)가 점점 넓어진 탓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기에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대법원 1부는 오전 10시15분 함 회장의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을 열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원심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지난 2017년 시작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조직이 더욱 안정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신뢰 추락…행장들 자진사퇴·줄줄이 재판행

은행권 채용비리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에 나섰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2017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KB국민·하나·우리·대구·부산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 전반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일부 은행은 채용 단계별로 외부 청탁 인원 명단을 따로 관리했고 서류나 면접 평가에서 점수를 조정하거나 면접 점수를 덮어쓰는 방식으로 특정 인물을 합격시킨 사례가 드러났다.

검찰은 2018년 6월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와 관련해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은행 2곳도 위반 행위자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의 사용주인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함께 벌칙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했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과 함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현 iM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등 은행장 4명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관련기사:관행이 비리로…무더기 은행 채용비리 왜?(2018.05.31) 

넉달 뒤인 2018년 10월에는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관련기사:조용병 회장 구속 피한 신한지주 "흔들림없는 경영 추진"(2018.10.11.)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가 불거지면서 자진사퇴 했고 박인규 전 DGB 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와 함께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물러났다.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이후 보석으로 석방됐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김한 JB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각각 KB국민은행장과 광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채용비리로 인한 재판 결과는 2022년 들어서야 대부분 확정됐다. 하급심 또는 3심까지 끝난 관계자 41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유죄가 인정된 39명 중에서도 24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다만 이 중 18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5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의 경우 무죄가 선고됐는데 조용병 전 회장도 여기 포함된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부정채용·부정합격자의 개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며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하나금융

이날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함 회장이 인사부장과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원심(2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들만으로는 위 (하나은행 채용 담당자) 증언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2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부정채용 처벌 한계점도 분명

채용 비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행법에는 부정채용의 개념을 규정하고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들은 채용비리에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하는 식으로 면접위원이나 회사를 속인 것이 채용 업무에 대한 방해라는 논리다.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류호정 당시 정의당 소속 의원이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부정채용을 하거나 요구·약속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실제 법 제정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같은 시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통과까지 성공했다. 부당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주고받았을 때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기초심사자료에 신체적 조건과 직계 존비속의 재산 상황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부정채용의 정의나 취소, 피해자 사후 구제 방안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더라도 '책임'의 선이 청탁을 받은 쪽으로만 향했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첫 폭로 당시에도 청탁이나 영향력 행사가 명백히 지시된 녹취나 문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관계 인사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금감원 조사 범위에서 제외된 은행이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당시 금감원은 시중은행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농협은행·수협은행 등 특수은행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거치며 이들 은행에서도 채용비리가 확인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은행권은 채용비리 사태를 겪으며 블라인드 채용을 속속 도입했다. 2018년 6월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마련했는데 성별·연령·출신학교·출신지역에 따른 차별과 면접관 평가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곧 전 금융권으로 퍼져 제2금융권과 금융투자업권도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 중이다.

약 8년이 지나 블라인드 채용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현재에는 또 다른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이후 적용 범위가 서류에서 면접까지 확대됐다"며 "문제는 채용 기준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처럼 모호해져 오히려 누가 맞는 사람인지 가려내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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