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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최고경영진 인사 불똥튀나" 긴장

  • 2018.02.02(금) 09:12

금융당국 검찰 고발..하나·국민 "특혜채용 없었다"
당국 "채용비리 은행 CEO 해임건의" 신경전

주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조사 결과가 향후 금융권 인사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채용 관련 문제가 지적된 하나은행과 금융지주 회장의 친척 채용이 거론된 국민은행은 "채용비리가 아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채용비리와 관련해 5개 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채용비리 사실을 발표하면서 은행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노출됐다. 금융위원회는 채용비리 금융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 하나·국민은행 "특혜채용 없었다"

심상정 의원 등 업계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적발한 은행 채용비리 의혹 22건은 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2016년 사외이사로부터 채용청탁을 받고 필기와 면접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전형에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으로 통과시켰다. 이 지원자는 임원면접 점수도 조정돼 최종합격했다. 하나카드는 사장의 채용청탁에 따라 불합격권이었던 한 지원자의 임원면접점수를 올려줘 최종합격 시켰다.

하나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 합격을 위해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위스콘신대 등 7명의 임원면접 점수를 올리고, 한양대 분교·카톨릭대·동국대 등 다른 대학 지원사 점수를 낮췄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과정에서 3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국민은행 전 사외이사 자녀는 서류전형 840등으로 공동 꼴찌였으나 사측이 합격자를 증원해 서류전형을 통과, 최종합격했다. 또 KB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조카는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점수가 최하위권이었지만 2차 면접때 부행장 등이 최고등급을 부여해 최종합격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특혜채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인재는 해외대학 졸업자를 별도로 심사했고, 특정인을 위한 면접점수 조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대학을 위해 점수를 조작하지 않았고,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채용 논란을 받고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절차로 채용했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은행은 인사담당 부행장이 자녀의 2차 면접위원으로 참석했고, 부산은행은 면접전 지원자를 비공식적으로 면담해 정치인 자녀를 합격시켰다. 대구은행은 임직원 자녀 3명이 인성점수가 미달됐지만 간이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시켰다.

 

이에 대해 광주은행은 지난 1일 사과문을 내 "2015년 채용 과정에서 부행장보가 자신의 자녀 2차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 내부에서는 해당 사실을 채용절차가 끝난 뒤에 인지했고 해당 임원과 인사담당 부서장을 전보조치하고 채용자도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전국은행연합회 모범규준을 참고해 채용제도를 더 보완해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주총 맞물려 긴장.."인사 영향 주려는것 아니냐" 불만도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특혜채용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향후 최고경영진 인사와 관련해 가장 긴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돼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등 최대한 객관적인 절차를 밟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사이에는 여전히 냉기가 흐르고 있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채용비리 검찰조사,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검사,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과 중국 특혜투자 의혹 조사 등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국민은행은 채용비리 조사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친척 채용 문제가 거론돼 고심하고 있다. 윤 회장은 채용 문제가 지적된 2015년~16년 은행장으로 재직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6일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민간금융기관 채용비리에 대해 기관장과 감사 해임건의, 검찰 수사의뢰 등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 해임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금감원의 '은행 채용비리 발표'와 금융위의 '은행임원 해임건의 발표'는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 주총을 앞두고 경영진의 인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여러 조사와 검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적인 비리 혐의가 밝혀진 당사자에 책임을 묻는 것에 끝나지 않고 여론몰이를 통해 최고경영진 물갈이를 시도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갈등을 빚어온 일부 은행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견제가 통하지 않는 은행을 채용비리로 경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채용비리도 직접 제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재 근거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은행법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 등을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임원자격을 잃게되고, 금융위는 해임요구 할 수 있다. 은행법 54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임원에 대해 금감원장의 건의에 따라 임원 엄무집행을 정지하거나 주주총회에서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 할 수 있다.

채용비리 의혹은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기가 3월과 4월로 예정된 금융권 주주총회와 맞물려 있어 금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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