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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파장 어디까지"…숨죽인 금융업계

  • 2018.03.12(월) 18:27

감독당국 수장 사퇴에 후폭풍 우려
"금융당국과 감정대립·채용 여론재판 우려"


금융사 채용비리 문제가 이를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 수장이 사임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금융사들은 이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2013년 대학 동기 아들을 하나은행에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12일 사임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전달만 했을뿐 관여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금감원내에 원장이 컨트롤하지 않는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진실을 규명하기로 하는 등 수습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사퇴했다.

 

구체적인 진실과 별개로 '금융기관의 채용비리를 조사하고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자체'가 정부나 금융당국에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사 채용비리 문제는 지난해말 국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사원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자체조사와 검찰조사로 이어졌고 이광구 행장은 사퇴했다. 검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직원채용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감원, 은행 전현직 고위 인사 자녀나 친인척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이 전 행장을 비롯 6명을 기소했다.

 

우리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5개은행의 채용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5개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이 적발한 은행 채용비리 의혹은 22건으로 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검찰은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부산은행과 하나은행은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은행 관련 BNK금융지주 사장, BNK저축은행 대표이사, 국민은행 인사 실무자가 구속됐다.

 

◇ "금융당국과 감정대립·채용 여론재판 우려"

 

금융감독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금융사 채용비리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향후 채용비리 관련 조사를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업계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또 채용구조뿐 아니라 CEO와 사외이사 선임구조, 이와 연계된 리스크관리체계 등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새로운 금감원장이 선임되기까지 2~3개월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가 가장 우려하는건 금융당국과 감정적인 대립구도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이나 채용비리 조사결과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여왔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그들은 (금융당국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개선요구를 받아들여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있지만, 억울한 것도 많다"고 하소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 채용과 관련해 금감원장이 물러나는 상황이 되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과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최 원장 사임 발표 후 자료를 내 "최 원장의 하나은행 재임 당시 채용 의혹과 관련 특별검사단 운영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특별검사단이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것인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사들은 또 이번 금감원장 사퇴로 인해 향후 채용과 관련해 '여론 재판'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금감원의 채용비리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채용구조를 개선해야 할 사안들은 있지만, '위법'한 채용이 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단순히 전달만했지 채용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금감원장이 사임하면서 채용비리에 대한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질 가능성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최흥식 원장 사임으로 인해 '인사에 영향을 줄 위치에 있는 인사가 단순 전달이나 추천하는 것도 채용비리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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