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채용에 필기시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4일 서울 종로 교보문고 본점에서 한 직원이 금융수험서적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주요 은행들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채용을 확대한다. 또 채용비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뒤여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전형도 바꾼다.
하지만 필요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확대할 경우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퇴직금을 더 줘서라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 4대 은행 채용규모 작년보다 25%이상 확대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올해 2300명 이상 신규 채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채용 1825명보다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총 750명을 뽑는 채용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595명보다 확대된 규모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200명을 뽑는 채용을 진행중이다.
신한은행도 300명을 뽑는 상반기 공채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지난해 450명보다 확대된 규모의 공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연간 채용계획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500명을 채용했고 KEB하나은행은 250명을 뽑았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채용규모 확대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보다 많은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필기시험 부활…채용전형이 바뀐다
채용규모 확대와 동시에 채용 전형도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4대은행이 모두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채용비리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은행들은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 만들기에 나섰고 최근 초안을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 의견 등을 반영해 다음달중 모범규준을 의결할 예정이다.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에는 필기시험 도입, 서류전형 평가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방식 도입, 외부인사 면접 전형 참여, 임직원 추천제 폐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런 내용의 모범규준을 바탕으로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채용계획을 내놓은 은행들은 이같은 내용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은행은 2007년 이후 시행되지 않았던 필기시험을 10년 만에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NCS직업기초능력 평가, 금융관련 시사상식 및 경제지식 평가 등으로 구성된 필기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이 채용 전형에 필기시험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동시에 은행이 스스로 채용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외부 기관과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채용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은 채용 프로세스 모든 과정을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위탁 진행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이번 채용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내부통제 관리자를 포함한 '채용위원회'를 신설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역시 채용 전형을 이와 비슷하게 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채용 모범규준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가 있는 가운데, 채용과정에서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가 중요 화두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 채용 모범 규준이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어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대규모 채용,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이어지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채용을 확대하면서 기존 직원의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점포가 줄어드는 등 필요 인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채용은 곧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은 지난해 채용 규모를 늘린 뒤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KB국민은행 400명, 신한은행 780명, KEB하나은행 207명, 우리은행 1011명 등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은행을 떠났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까지 나서 희망퇴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권고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희망퇴직과 함께 퇴직금을 올려 주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고, 해당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규모 채용 이면에는 연말 대규모 퇴직이라는 '칼바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관리자급 이상 직원 입장에서 새로운 신입 행원이 들어오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결국 한사람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은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 때문이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최대 3년분의 급여 등이 퇴직금으로 지급된다. 1인당 평균 3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은행 4곳이 지급한 퇴직금만 1조원이 넘는다.
희망퇴직 확대가 노사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C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현재도 작지 않은 수준인데 최 위원장의 말처럼 퇴직금을 늘릴 경우 은행에는 큰 부담"이라며 "여기에 퇴직이라는 이슈는 노사간 민감한 사항이라 확대를 추진할 경우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은행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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