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당기순익을 냈다. 금리상승세로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졌고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수익도 크게 늘었다.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에 대해 '금리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신탁, 수익증권, 방카슈랑스 등 업무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수익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
KB은행이 가장 많은 순익을 냈지만 4대 은행간 실적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은행업계는 하반기에도 수익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확대에 따른 퇴직금 증가 등 판매관리비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4대 은행, 이자이익에 수수료 수익 증가 '긍정적'
4대 은행이 모두 상반기 긍정적인 실적을 낸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익을 낸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조3533억원의 순익을 내며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 1조2718억원, 우리은행 1조2369억원, KEB하나은행 1조1933억원의 순익을 냈다.
은행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리상승기를 타고 이자이익 증가세가 지속된데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끌어올린 때문이다. 4대 은행 모두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안팎의 이자이익 상승세가 이어졌고, 수수료 이익 역시 10% 이상 늘었다.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셈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대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적금융을 확대해달라고 주문하면서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폭은 줄어들었지만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수익을 보전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나가는 등 대출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여신 성장세가 이어져 이자이익의 상승세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자이익에만 기대 수익을 내지 않기 위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시키는 전략을 꾸준히 펼친 결과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점도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일회성 수익도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적에 KB국민은행 명동사옥 매각 관련 일회성 이익 834억원(세후)이 포함됐다. 국민은행의 일회성 수익이 없었다면 신한은행과 순익 규모에서 밀릴 수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와 STX엔진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정상화 되면서 과거에 쌓았던 충당금중 3000억원 가량이 환입되면서 KEB하나은행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향후에는 KEB하나은행의 일회성 수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말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을 부영주택에 9000억원에 팔았다. 전체 매각대금의 10%에 달하는 900억원은 받았고 나머지 90%는 2년뒤 특정 시점에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매각한 건물을 3년간 재임차 해 사용하고 있다. 향후 매각대금이 모두 들어오면 수천억원대 매각이익이 반영될 전망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을지로 본점 매각 이익은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고 반영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하반기, 수익 추세 이어지고 퇴직금 등 비용이 관건
하반기는 판매관리비가 은행 실적을 판가름 하는 중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4대 은행의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상승세가 비슷해 얼마나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점포축소 등 비용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핵심 전략과제 중 하나가 비용 효율화"라며 "점포 통폐합, 전자창구 도입 등을 통해 비용을 효율화 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비용을 효율화 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도 지속해서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은행들이 채용규모를 늘리는 대신 희망퇴직 규모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퇴직금을 늘려서라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은행들의 판관비가 치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희망퇴직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 등을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퇴직금 등에 따른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판관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판관비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 다음해에는 판관비가 오히려 줄어드는 비용효율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