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우려를 표한 가운데, 집값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더 엄격한 대출 관리를 주문할 예정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새 정부는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금융당국은 대출 축소를 강조하면서 정책 기조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주요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연다. 새 정부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조짐이 나타나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자율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가계부채가 늘어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출 조이기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가파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전월말 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늘어났다. 불과 열흘 만에 지난달 증가폭(4조996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6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 국면에 새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6% 올라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000만~3000만원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율규제 및 현장 점검을 시사하면서 대출금리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4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p)로 전년 동기(0.79%포인트) 대비 두 배가량 커졌다. 가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간 격차가 그만큼 빠르게 벌어졌다는 의미다. 은행 이익은 커지고 소비자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문제는 새 정부가 고금리 대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되레 대출 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예대금리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직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데 비해 대출금리는 빠르게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집값 안정과 가계대출 억제라는 큰 틀의 목표는 있지만 정책 기조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새 정부 기조와 가계대출을 조이려는 금융당국 주문이 엇갈리면서 어느 쪽 기조에 맞춰야 할지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