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 기반인 대출 수요는 정체 중이고 지역 경기 악화로 연체율은 1%를 넘어섰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인터넷뱅크가 치고 올라오면서 설 자리마저 좁아지고 있다. 새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지방은행 암흑기'라는 수식어는 여전하다.
성장 동력 잃어가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과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지방은행 성격이 짙은 iM뱅크(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의 총대출 잔액은 206조2억원으로 1년 전(198조5479억원)보다 3.7% 늘었다.
같은 기간 3개 인터넷은행 총대출 잔액은 64조9575억원에서 74조951억원으로 증가했다. 인터넷 뱅크의 기업대출 규모가 미미해 절대적인 규모 차이는 있지만 성장폭만 놓고 보면 인터넷뱅크가 14%로 지방은행보다 4배 정도 가파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지방은행이 70조8744억원, 인터넷뱅크는 69조5383억원으로 1조원 차이도 나질 않는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8년 만에 지방은행 가계대출 규모를 따라잡은 셈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수준의 대출 금리를 제공하고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등으로 수요 유치에 박차를 가한 영향이다.
요구불예금에서도 지방은행이 역부족인 상황이다. 요구불예금은 은행 자금 조달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급하는 예금 이자는 0에 가까운 반면, 이 자금을 대출로 내줄 때는 이보다 높은 이자를 붙이기 때문에 쏠쏠한 수익원으로 불린다. 최근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통장에서 모임통장 등으로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 또한 인터넷은행이 강세다. 2021년까지만 해도 지방은행 요구불예금은 28조원 수준으로 인터넷은행보다 2배 많았다. 하지만 이듬해 역전당했고 지난해에는 인터넷은행이 2배 격차로 지방은행을 따돌렸다.
성장 없이 대출 연체만 늘어
설상가상으로 대출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지방은행의 기업과 가계 대출을 합산한 총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13%로 나타났다. 2010년 3분기 말(1.2%) 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0.86%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27%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는 제주은행이 1.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은행이 1.59%,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는 지방은행 성격이 짙은 iM뱅크가 1.09%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광주은행 0.97%, BNK부산은행 0.73%, BNK경남은행 0.68% 순으로 나타났다.
경남은행은 지방은행 중 연체율이 가장 낮지만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보다는 2배 가량 높다. 이 기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연체율은 0.32%~0.37%다. 인터넷뱅크 연체율은 토스뱅크가 1.26%로 다소 높게 나왔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0.51%, 0.66%로 지방은행 수치를 밑돌았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연체율이 1%를 넘어서면 빨간불이 켜졌다고 본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1%대에 그치기 때문에 부실 대출이 1%를 넘으면 사실상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지방은행들은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들과 중소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있어 연체율이 치솟았다고 입을 모았다. 가계대출 또한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보다 생계를 이유로 나간 신용대출이 더 많아 힘들다는 설명이다. 지역 연체율 급등 현상은 연말까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외국인으로 활로 모색
지방은행은 활로를 찾기 위해 대체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지방은행이 정조준한 곳은 외국인이다. 전북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입출금예금과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지난 2023년에는 국내 은행 중 유일 외국인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광주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도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시중은행들도 외국인 대상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나 신용대출에서는 아직 외국인 전용 상품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1금융권 내 외국인 신용대출은 지방은행이 사실상 유일하다.
다행히 외국인 대출 수요는 증가 추세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국내 20개 은행 대상 외국인 차주는 4만9902명에서 7만9524명으로 60% 정도 늘었다.
이 밖에 공동 상품 개발 등 인터넷뱅크와 협업하거나, 비금융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 중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방은행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지방은행 역할이 약화되긴 했어도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지방은행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