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욱 힘이 실리는 공정위의 담합 이슈 등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재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제3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공정위에서 카르텔총괄과장, 경쟁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정위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보험사가 공정위를 특히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제재 수위에 있다. 금감원이 보험업법을 중심으로 경영유의·과태료·기관경고 등의 감독 조치를 내리는 반면, 공정위는 담합으로 판단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로 이어져 형사처벌 리스크도 부담해야 한다.
LH 입찰 담합 의혹에 재판 진행 중
실제 손보업계는 공공기관 발주 보험 입찰 과정에서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 제재, 검찰 고발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2023년 4월 LH가 2018년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과 2018년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보험사들의 담합이 있었다며 삼성화재·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흥국화재·MG손보(현 예별손보)등 7개 보험사와 공기업인스컨설팅에 과징금 17억6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7년 LH 재산종합보험·화재보험을 낙찰받은 KB손해보험이 같은 해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1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컨설팅사와 담합을 모의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8년 입찰에서 낙찰받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KB손해보험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22년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3개 손보사와 소속 직원 5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이달 상고장을 제출했다. 보험사들은 공정위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보험료 전례도…조사 가능성 상존
삼성화재의 김 전 부위원장 영입은 최근 감독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보험료 산정, 판매수수료 체계, 입찰 구조 등에서 경쟁 제한 소지가 불거질 경우 공정위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업은 상품 구조가 유사하고 가격 변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담합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공정위는 2010년과 2016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과정에서 손보사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보험료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가격 결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이 강해 가격 변동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보험료 인상 시기와 폭이 유사하게 움직일 경우 경쟁 제한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보험사가 인상·인하 폭을 각사 사정에 맞게 조정하는 만큼 이를 일률적으로 담합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 주문에 힘 실린 공정위
업계에서는 최근 공정위의 역할과 위상이 확대되는 흐름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영역이 금융 전반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의 인력 확충과 제재 실효성 강화를 주문한 점도 주목된다. 담합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집행 역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을 포함한 산업 전반이 관련 리스크 관리에 더욱 민감해지는 분위기다.
결국 삼성화재의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규제 환경이 복합 다변화하는 가운데 공정거래법 관련 리스크까지 이사회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사전 관리 차원의 행보"라며 "금융에서도 공정위의 업무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