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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보여줄게 9900원 더 내"…쿠팡의 묘한 셈법

  • 2025.06.14(토) 13:00

[주간유통]쿠팡, '스포츠 구독제' 도입
무료로 제공했던 스포츠 콘텐츠에 과금
사실상 와우클럽 가격 인상과 같은 효과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구독경제 선두 주자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이나 TV, 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것을 이야기했죠. 하지만 요즘 '구독'은 넷플릭스·티빙 등 OTT나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을 말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웬만한 기업들은 이제 모두 유료건 무료건 멤버십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안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쓰는 사람은 없다'입니다. 안 쓰는 사람들은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만 제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꼭 로켓배송을 받지 않아도, 할인 쿠폰이 없어도 큰 불편이 없습니다. 구독에 돈을 쓰는 건 불필요한, 혹은 아까운 행위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반대쪽에는 돈보다 혜택이나 편안함이 중요한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몰입이 깨져 싫고, 내일 받을 수 있는 물건을 이틀 후에 받기 싫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제가 지금 구독 중인 서비스만 해도 쿠팡·컬리·신세계·네이버·넷플릭스·배민 등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입니다. 국내 구독 서비스들이 아직 작은 규모 때문에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최소 1400만명 이상이 가입돼 있는 1위 서비스입니다. 1400만명 돌파 시점이 2년 전인 2023년이니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숫자가 가입돼 있겠죠. 다른 유료 구독 서비스 가입자를 모두 합해도 쿠팡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다 준다고 했잖아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다른 멤버십을 압도하는 유료 가입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컸을 겁니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는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OTT인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돼 있죠. 한 가지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다른 구독제와는 차별점이었습니다.

쿠팡도 이 점을 수없이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 멤버십 가격을 기존 490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릴 때 냈던 보도자료 내용을 한 번 볼까요. '무료 배송·배달·직구, 무료 반품과 무료 OTT 등 고물가 시대 고객 부담을 줄여준 5무 혜택'을 강조했습니다. 쿠팡 와우 회원은 연간 97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자랑하기도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쿠팡은 반박할 수 없는 '혜자' 멤버십이었습니다.

쿠팡이 가격 인상 당시 밝힌 쿠팡의 혜택/사진제공=쿠팡

하지만 이번 주. 쿠팡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최근 쿠팡은 다음 시즌부터 미국 프로농구(NBA)를 독점 중계한다고 밝혔는데요. 많은 팬들이 환호했지만, 본론은 그 뒤에 나왔습니다. 그간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스포츠 중계를 오는 15일부터 유료구독제인 '스포츠 패스'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쿠팡은 앞서 쿠팡플레이를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아닌, 쿠팡 무료 회원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역시 15일부터 도입되지만 스포츠 패스는 당분간 와우 멤버십 가입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패스의 가격은 월 9900원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이라면 월 구독료가 총 1만7790원이 드는 셈입니다. 

사실상 가격 인상?

소비자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선 그간 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포츠를 시청하던 소비자들은 졸지에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셈이 됐습니다. 쿠팡플레이는 현재 축구(K리그·분데스리가·라리가·리그 1 등), 레이싱(F1·나스카), 미식축구(NFL), 골프, 격투기(원챔피언십) 등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시즌부터는 EPL과 NBA가 추가됩니다. 해당 스포츠 팬들은 그간 와우 멤버십 7890원으로 중계를 봤지만 스포츠 패스가 도입되면 1만7790원을 내야 합니다. 만약 스포츠 패스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는 남녀 축구 국가대표 경기와 연령별 축구 대표팀 경기 뿐입니다. 

물론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그간 스포티비 등이 제공하던 유료 중계보다 저렴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포티비의 경우 TV와 모바일 등 모든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용권이 월 1만9900원입니다. 로켓와우에 스포츠패스를 더한 가격보다 높고요. 제공하는 콘텐츠는 훨씬 협소하죠. NBA와 EPL, F1 등 쿠팡플레이가 제공하는 유명 해외 스포츠의 중계권료를 생각하면 1만원 안팎으로 이 많은 유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건 행운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쿠팡이 와우 멤버십의 주요 혜택 중 하나로 무료 OTT 제공을 강조해 왔다는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원래 애초에 안 주는 것보다, 줬다가 빼앗는 게 가장 기분 나쁜 일이니까요. 지난해 4월 쿠팡은 넷플릭스나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의 월 요금과 로켓와우의 가격을 비교하며 '타사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10가지 이상 혜택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타사보다 조금 비싼 가격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바꿔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스포츠패스를 도입하는 쿠팡플레이/사진=쿠팡플레이 홈페이지

해외 스포츠를 중계하는 데 막대한 중계권료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스포츠 중계를 보지 않는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것보다는 스포츠 시청자를 타깃으로 유료 구독을 유도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겠죠. 스포츠패스가 필요한 이유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7890원'에 녹아 있던 스포츠 중계 비용은 덜어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스포츠 중계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를 위해 기존 멤버십 가격을 낮추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을까요.

이는 쿠팡이 OTT와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제공할 때부터 나오던 문제제기입니다. 로켓배송만 사용하겠다는 소비자에게 OTT와 무료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니 돈을 더 내라는 게 쿠팡의 가격인상 논리였다면, 원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테니 맞춤 요금제를 달라는 게 소비자의 요구입니다. 결국 이 이슈는 멤버십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풀어 나가는 게 순리로 보입니다. 쿠팡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진짜 '소비자를 위한' 거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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