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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횡령사고' 은행 조직문화도 감독…"해외는 리더십도 평가"

  • 2024.06.19(수) 16:08

금감원 '조직문화' 감독 검토…비재무적 요인 잡겠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책무구조도 이은 추가 '감독' 체계
금융권 '난색' vs 잇단 금융사고에 '자초'

'호주건전성감독청, 커먼웰스은행 문화적 취약점 발견해 약 1조원 추가자본 부과'
'FSB,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요인(리더십 등) 감축 권고'

올해 들어서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횡령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자 금융감독원이 또 다른 칼을 내세울 태세다. 숫자로 계량화 할 수 없는 비재무적인 요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 책무구조도에 이어 또 하나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를 향한 금감원의 감시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셈이다.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직문화' 감독으로 금융사고 예방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를 정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동시에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이러한 '조직문화'를 감독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은행 조직문화가 바뀌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 조직문화 변화로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위험이 줄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대로 문제가 있을시 추가 자본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금감원은 숫자로 파악할 수 없는 '비재무적 위험'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이같은 권한이 명문화돼 실제 감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호주건전성감독청은 조직문화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 조직문화에 대한 정기평가 등을 의무화 했다. 청 내에 설치된 전담조직은 금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설문조사, 자체평가, 현장점검 등에 나서며 회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한다.

이렇게 평가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리스크 평가, 감독자원 배정 등에 활용하고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한 경우 개입할 수 있는 근거까지 확보한다. 실제 청은 지난 2018년 호주 커먼웰스은행에서 자금세탁, 불완전판매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문화적 취약점에 대해 청은 10억달러 (6월 19일 원화 기준 9214억원)가량의 운영리스크 추가자본 적립을 부과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중앙은행은 2011년 지배구조, 변화관리, 조직 심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문화적 리스크 징후를 탐지해 관리한다. 

금감원은 이처럼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들여다 보는 것은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의 권고 사항이라고도 했다. 조직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이 지나친 개입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측은 "금융안정위원회는 위법 혹은 위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적 요인을 제시하고 이를 감독당국이 감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화적 요인으로 △리더십(고압적 리더십, 리더의 언행불일치, 직원참여 실패 등 예시) △의사결정  △가치와 행동기준 등을 꼽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금감원 입김 더 세질라 vs 잇단 금융사고 '자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마련된 '은행 및 은행지주 회사의 지배구조 모범관행'과 다음달부터 시행 예정인 '책무구조도' 도입에 이어 또 하나의 관리·감독 수단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은행 및 은지주 회사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금융회사들에게 이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CEO 승계과정부터 이사회 구성까지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 당장 연중 CEO의 임기종료를 앞둔 금융회사들은 해당 모범관행에 맞춘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 임기만료 앞둔 은행장들, 9월 승계 스타트…누가 살아남을까(6월 3일)

다음달 부터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책무'를 배분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관련기사 : 은행권 잇단 횡령·배임…책무구조도 해결책 될까(6월 13일)

여기에 더해 금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금융회사의 조직문화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더해 책무구조도의 도입 등으로 금융당국의 입김이 더욱 세진 측면이 있다"라며 "여기에 더해 조직문화까지 전담 조직을 꾸려 들여다본다면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에 가이드라인에 경영방침을 맞출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옥죄기'를 초래한 것은 금융회사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파생결합증권(DLF) 사태가 발생한 이후 매년 굵직한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스스로 예방하지 못한 것이 금융당국이 입김이 커 지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우리은행 '횡령' 다시 징계 수위 높일까…'라임·DLF 땐 CEO도 중징계'(6월 12일)

다른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발생때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주문했고 금융회사들 역시 이에 응답은 했지만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지 못한 측면은 있다"라며 "금융당국에 항의할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금융권은 그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 금융감독당국은 우리나라(국내은행)에서 뉴욕지점장이 새로 부임해도 인터뷰를 할 정도로 리더십이나 인사 조직문화까지 들여다본다"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당국의 감독권이 더욱 강화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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