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캐롯손보가 상품 다양화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를 지속했지만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만큼 한화손보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의 2030 디지털 고객을 유입하고, 캐롯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계약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보험 한계' 경험한 캐롯손보
금융권 전반에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은행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온라인(비대면)에서 예·적금 가입과 대출 상품 판매에 집중하며 시중은행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디지털 보험사들은 CM(사이버 마케팅) 등 비대면을 통한 보험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디지털 경쟁력을 앞세운 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보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복잡한 보험 상품의 특성 상 대면 판매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장이 다양하고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험 상품은 전문 설계사들을 통한 소비자 이해가 중요하다. 비대면으로는 획일·단순화한 상품이나 단기보험 등 소비자들의 부담이 적은 상품 판매에만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보험사들은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5개 디지털 보험사(교보라이프플래닛·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는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캐롯손보의 경우도 탄 만큼 후불로 내는 자동차 보험 상품인 '퍼마일' 등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판매 상품은 자동차 보험에 치우쳐 있다. 출범 후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캐롯손보의 모기업인 한화손보가 잔여 지분을 인수해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장기보험 상품보다는 소액 일반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등에 쏠려 있어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한계가 있다"며 "CM으로 팔 수 있는 장기보험 상품이 나와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의 지속된 적자 등에도 이미 손익 측면에서 연결 회계기준에 반영돼 있어 합병 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 방안은
캐롯손보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모회사인 한화손보 품에 들어가면서 캐롯손보의 디지털 강점이 어떻게 활용될지가 관심이다. 한화손보 역시 캐롯손보가 온라인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캐롯손보 출범 후 대면과 TM(텔레 마케팅) 채널 영업에 집중했는데 이번 합병으로 캐롯의 2030 디지털 고객층을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캐롯이 추진하던 디지털 혁신을 지속한다는 의미에서 합병 후 독립된 사업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수익성 높은 인보험 상품의 복잡성으로 대면 설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디지털 중요성 역시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보험사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점차 CM의 중요성과 함께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 보험사들이 자사 플랫폼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화손보는 캐롯의 디지털 플랫폼에 대표 상품인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을 탑재해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흡수합병 절차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캐롯손보 임직원에 대해선 100% 고용승계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조직 운영 등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