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취약계층을 위한 전문은행 설립을 경제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활성화라는 취지와 달리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고신용자 위주 영업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수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추진', 김 후보는 '서민 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 등 가계(민생)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두 후보 모두 코로나19 이후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타격을 입은 민생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관련기사 : '소상공인' 공약 쏟아내는 정치권…동원령 재현될라 은행권 '울상'(5월14일)
두 후보의 공약은 새 전문은행을 통해 서민·자영업자의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라는 정책 취지를 온전하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전문은행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뱅, 취지와 달리 고신용·주담대 집중
인터넷은행 3사가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건 실제 대출이 고신용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수치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올해 3월 일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899.7점으로,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900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올 1월에는 927.7점까지 치솟아 4대 시중은행 평균(924.3점)을 웃돌기도 했다.
주담대 확대를 통한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숫자가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1년 말 33조4828억원에서 지난해 말 69조538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이들 3사가 민간 중금리대출로 3조7392억원을 공급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지만 실적 대부분이 서민 대상 대출보다는 시중은행과 같은 주담대 중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의 당기순이익은 일 년 새 76.9% 증가하며 시중은행(7%)과 지방은행(19.4%)의 성장세를 큰폭으로 뛰어넘었다.▷관련기사 : 인뱅 작년 순익 77% 질주…이래서 시중은행들 군침?(3월17일)
인뱅도 실적압박…'현실'은 다르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건 서민이나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낮은 수익성과 높은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대출은 연체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은행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정책적 유인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불어 상장사인 카카오뱅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인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실적 압박을 받는다. 이 같은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고신용자 대출이나 주담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익을 위해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일정 비율 이상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내달 예비인가 사업자 선정"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다. 오는 6월 중 실무 심사를 마무리하고 예비인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제4인터넷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들은 이미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소호뱅크·소소뱅크·포도뱅크·AMZ뱅크 등 네 곳의 컨소시엄에서는 소상공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 혁신,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등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기존 시장 흐름에 정치권이 호응한 형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제4인터넷은행에 대해서 "심사 절차는 공정하게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그 심사 결과에 대해선 다음 정부에서 리뷰를 할텐데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한다면 (다음 정부에서) 굳이 되돌리는 상황은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