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앞세운 경제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내수 침체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지만, 정책 실행의 부담이 은행권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은 '소상공인 지원'이란 큰 틀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10대 공약 중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3번째 항목으로 포함됐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 지원방안 마련 이행 방안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가 핵심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추진,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의 금융소비자 부당전가 방지로 원리금상환부담 경감 등도 담겼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7번째로 소상공인 대책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가칭)'을 설치하고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 맞춤형 금융상품 및 신용평가 체계 혁신, 소상공인 생애주기별 자금지원 패키지화 등 내용이 포함됐다. 두 후보 모두 정책자금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민주당은 금리 부담 완화에, 국민의힘은 전용 지원체계 구축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은 또다시 정책금융 동원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금리 대출 확대와 채무 조정 등으로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정책임에도 정작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다시금 정책 집행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전 윤석열 정부 시절 은행들은 '은행 종 노릇'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뒤 상생금융 확대와 민생금융 지원은 물론 맞춤형 기업금융까지 상당 몫 떠안았다.▷관련기사 : 이번엔 '기업 살리기' 금융지원 76조…5대 은행 몫 20조원(2024년 2월15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애초에 정부 재정이나 정책금융을 통해 이뤄져야 할 사안이지만 정부가 '건전 재정'을 내세워 그 부담을 민간 금융사에 떠넘겨 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선 정치권이 '이자장사'·'사상 최대 실적' 등 배경을 통해 지원 압박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전년(14조8908억원) 대비 10.3%(1조5297억원) 늘었다. 대출자산 성장세가 확대되며 이자이익이 지난해 41조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상공인 지원을 명분으로 은행이나 대기업을 압박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금융권 자금을 마치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처럼 활용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어려운 고객을 지원하는 건 당연히 사회적 책무이지만 정무적 논리에 따라 동원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꼬집었다.▷관련기사 : '은행 종노릇 발언' 윤 정부 막 내렸는데…은행권 표정은(4월5일)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금융권에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어도 경기 회복 측면에선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달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소상공인 지원 목적 등 의결된 가운데 금융권을 통한 자금 공급이 효율적으로 설계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자산 건전성 제고와 내수 회복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소상공인 수익이 확대되고 이자 부담이 완화될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산 건전성 악화를 억제하고 내수 회복에 따른 추가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